깊어지는 대치 정국… 9월 정기국회 파행 우려
입력 2013-08-25 18:24
국정감사, 새해 예산안 심의, 경제활성화 및 민생 법안 등을 처리해야 할 9월 정기국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의사일정 협의도 하지 못한 채 강(强) 대 강(强)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의 노숙투쟁 선언으로 장외투쟁 강도를 높이고, 새누리당은 결산심의를 위한 단독 국회도 불사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3·15 부정선거’ 발언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색 정국을 풀기 위한 청와대 회담의 물밑 접촉도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미국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따른 ‘9월 위기설’과 전·월세 대란 등 나라 안팎으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과거 이슈에 매몰돼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정기국회를 앞두고 워크숍과 연찬회를 열어 정국 정상화 해법을 논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4∼11일 러시아·베트남 순방에 나설 예정이어서 이번 주가 정국 정상화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26일부터 각 국회 상임위별로 지난해 정부 예산에 대한 결산 심의에 착수키로 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일부터 우선 가능한 상임위부터 시작해 결산 심의를 해나가겠다”며 “국회 의사일정이 줄줄이 첩첩산중인데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 투쟁을 선언해 사실상 태업으로 민생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더위에 지치고 적조에 시름하고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국민을 생각해 국회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결산국회 단독 가동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이어가며 국가정보원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기국회라는 공간에서 장외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고, 장외투쟁으로 정기국회의 활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회와 광장을 종횡무진 움직이며 국정원 개혁과 책임자 처벌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결산국회 단독 운영에 대해 “야당과의 일정협의 없는 새누리당의 단독국회와 부실심사 협박은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어설픈 전략”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장외투쟁은 31일로 한 달 째를 맞는다. 하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기 어려워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와 국정원 개혁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장외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김 대표가 ‘노숙투쟁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원내활동에 관심이 쏠릴 경우 장외투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는 새누리당과 정기국회 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고 정국 흐름을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도 당분간 소강상태에서 탐색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도 당분간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재중 임성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