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만에 재연된 감사원장 사퇴 파동
입력 2013-08-25 18:29
양건 원장의 갑작스런 사의표명 이유 명쾌하게 밝혀져야
양건 감사원장 이임식이 26일 열린다. 양 원장이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이 양 원장 사표를 수리한 데 따른 것이다. 양 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4년 임기 가운데 1년 7개월가량 남겨둔 채 물러나는 셈이다. 청와대는 조만간 후임 감사원장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3월에 취임한 양 원장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거나 “헌법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고 언급해 현 정부에서도 임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었다. 따라서 양 원장이 갑자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원장 사퇴 이유는 명확지 않지만,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4대강 감사 결과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감사원은 2011년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를 실시한 뒤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으나,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올 1월에 총체적 부실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에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 건설용’이라는 결과를 내놓아 양 원장의 ‘정권 눈치보기’가 너무 심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나아가 이 같은 감사원의 ‘정치감사’가 올 정기국회에서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조짐을 보이자 양 원장이 감사원과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도에 그만두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감사위원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불화설이다.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던 교수를 감사위원에 앉히려는 청와대와 이에 반대한 양 원장 사이의 갈등이 결국 양 원장의 사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내막은 청와대와 양 원장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 논란이 더 확산되기 전에 청와대나 양 원장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감사원법에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은 아직 미완의 과제다. 정권 입맛에 맞게 감사결과를 변경하는 감사원의 몰지각한 행태와 전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원장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청와대의 속내로 인해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정권 교체기마다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때에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등 임기를 무사히 마친 감사원장은 드물다. 그래서인지 전 정부에서 발탁된 감사원장이라도 정권이 바뀌면 소신껏 일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양 원장 사퇴 파동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라고 하겠다.
정권교체와 더불어 감사원장이 바뀌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가고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감사원은 독립기관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은 물론 차기 감사원장도 유념해야 한다. 언제쯤이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