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국간성의 요람이라 하기 민망하다

입력 2013-08-25 18:24 수정 2013-08-25 23:21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육사는 지난 5월 동료생도 간 성폭행 사건으로 교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환골탈태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육사 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생도 인성교육과 교수 및 훈육 요원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후속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에도 외국 봉사활동 중 무단외출과 유흥업소 출입, 미성년자 성매매 등 장차 육군의 정예 장교가 될 생도들이 한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군 검찰은 지난 24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중3 여학생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4학년 생도를 구속했다. 이 생도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학생의 휴대전화까지 훔쳤다고 한다. 영락없는 뒷골목 양아치다.



앞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6·25전쟁 참전국 봉사활동의 하나로 태국을 방문한 3학년 생도 가운데 9명이 유명 관광지 파타야에서 술을 마시거나 마사지 업소에 갔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참전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나라를 빛내라고 국민 세금으로 보냈더니 국위 선양은 고사하고 외국에서 나라 망신 제대로 시켰다. ‘호국간성의 요람’이라는 육사 별칭이 민망할 따름이다.



이런 썩어빠진 정신상태로 장차 장교가 된들 병사들을 제대로 지휘·통솔할 리 만무하다. 육사의 기강 해이는 육군 전체의 군기문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육사는 국군의 핵심 전력인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생도들은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예비 장교로서 성실하게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무너진 군기를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육사가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다. 육사는 일련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숨기기에 급급했다. 덮고 넘어갈 게 아니었다면 보안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육사는 26일 생도 일탈행위 방지 대책을 발표한다. 올바른 처방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 뒤에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