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취업, 법학·인문·공학계 대약진… ‘통섭형’ 바람

입력 2013-08-26 02:59


평균 초봉이 4000만원을 넘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시중은행의 대졸 행원 공채가 다변화하고 있다. 경영·경제학과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통섭(統攝)’형 인재들의 은행 진출이 늘고 있다. 금융권은 올해도 다방면에 뛰어난 통섭형 인재를 채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악의 업계 상황 탓에 채용인원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 것으로 보여 치열한 취업전쟁이 예상된다.

◇상경계열 줄고, 법·공대 약진=국민일보가 KB국민·외환·기업은행으로부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입 행원 전공학과 자료를 받아본 결과 상경계열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2010년 전체 대졸 입행자 551명 가운데 392명(71.1%)을 차지했던 상경계열은 2011년에는 517명 가운데 329명(63.6%)으로 비중이 급감했다. 지난해 역시 565명 중 358명(63.4%)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은행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면서 채용이 활발했던 어문계열의 경우 2010년 8.9%(49명)에서 2011년 11.0%(57명)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8.1%(46명)로 주저앉았다. 신문방송·정치외교·행정학 등 사회과학계열은 같은 기간 8.0%에서 5.4%로, 수학·통계학 등 자연과학계열도 4.9%에서 4.4%로 비중이 감소했다.

반면 그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던 법·인문·공학 등의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10년 20명(3.6%)에 그쳤던 법학부는 2011년 36명(7.0%), 지난해 37명(6.5%)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잇따른 은행권 전산 장애와 해킹 문제 등으로 컴퓨터공학을 비롯한 공대 출신 수요가 늘면서 공학계열 출신이 2010년 13명(2.4%)에서 지난해 35명(6.2%)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0년 단 3명(0.5%)에 그쳤던 인문학부는 통섭형 인재 채용의 바람을 타고 지난해 18명(3.2%)으로 6배나 증가했다. 2010년과 2011년 단 한명도 채용되지 않았던 교육학이나 예체능 개열도 지난해에는 각각 6명과 1명이 ‘신의 직장’ 입사에 성공했다.

◇채용 다변화됐지만 올해는 ‘바늘구멍’=비록 신입 행원의 전공은 다변화됐지만 올해는 각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취업전쟁이 더욱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 등 5개 은행은 올해 채용인원이 2000여명을 밑돌아 지난해보다 1000여명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신한·외환은행 등은 아직 채용 규모도 확정하지 못했다.

최근 업황 악화로 인한 저수익 구조 탓에 일부 은행의 경우 하반기 공채를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은행권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는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보험·카드·증권사와 금융공기업도 채용 규모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동부화재의 하반기 정규직 공채는 40명으로 지난해 88명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해 각각 124명과 211명을 뽑았던 현대해상과 LIG보험도 올해 111명과 170명만 채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포함)도 같은 기간 채용 규모를 69명에서 37명으로 줄였고, 민영화가 진행 중인 우리투자증권의 상반기 채용 규모도 지난해 46명에서 올해 4명으로 급감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신입 행원을 축소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