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운데 장밋빛 전망”… 朴싱크탱크 미래硏, 기재부에 쓴소리

입력 2013-08-26 04:00


박근혜정부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이 기획재정부의 ‘낙관병’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기재부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만 의존해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중장기 재정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게 미래연의 지적이다.



미래연은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재부는 모든 정책이 대부분 잘 추진되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래연은 기재부의 정책에 ‘책임’과 ‘공감’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정책 수혜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제대로 보지 않고 정책을 발표하다 보니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정책과 투자 활성화 대책이다. 미래연은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가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며 “투자 활성화 대책도 두 차례나 발표했지만 기업투자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제 개편안 후폭풍’이 몰아친 것도 국정과제 이행에만 신경쓰고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데서 불거졌다고 봤다.



미래연은 현실과 괴리된 정책의 원인으로 기재부의 ‘낙관주의’를 꼽는다. 기재부는 수출 등 경제 여건이 호전돼 하반기 3% 중반 성장률을 회복하고 내년 세계경제 호전에 따라 4%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미래연의 생각은 다르다.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에 수출과 내수 부진이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래연 관계자는 “세계경제 회복으로 우리 경제도 내년부터 4%대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란 기재부의 설명은 너무 안일하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버리고 하방 위험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대책이 미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경제의 최대 현안이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는 것인데도 기재부는 단기적 위기대응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미래연 관계자는 “박근혜정부는 경제활동인구 구조상 고성장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도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 비전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미래연은 공약가계부도 기계적인 ‘숫자 맞추기’라고 지적했다. 상반기 세수가 지난해보다 8조원가량 덜 걷힌 데다 기업 실적이 악화돼 내년 법인세 실적도 부진하다. 특히 공약가계부는 2015∼2017년에 공약사업 지출의 84%가 편중돼 있어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재원 부담이 늘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세수 전망이 갈수록 나빠질 경우 공약가계부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진다는 평가다.



미래연은 “정부가 낙관적 전망에 따라 중장기 재정을 운용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후반기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기재부가 공약사업의 재정 부담을 나누고 사업연도를 조정해 경기조절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