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감사원 <上>] 권력 편향 ‘독립성 훼손’ 자초… 올 추진 계획들 물건너갈 듯
입력 2013-08-25 18:01 수정 2013-08-25 23:02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로 감사원이 위기에 직면했다. 양 원장의 유임 전부터 제기된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양 원장의 사퇴로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양 원장이 주도했던 직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주요 감사 일정도 제동이 걸렸다. 후임 원장이 오기까지 공백이 불가피하고, 누가 감사원장에 임명되더라도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잦은 논란으로 추락한 위상=양 원장 사퇴의 배경으로는 4대강 감사 논란에 따른 부담감,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승진한 김영호 사무총장과의 불화설 등이 꼽힌다. 지난 4월 임명 5개월밖에 안 된 사무총장이 김 신임 총장으로 바뀐 데 이어 최근 청와대가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에 대통령인수위원 출신 장훈 중앙대 교수를 앉히려고 하자 양 원장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간 양 원장은 원장 교체설과 정치 감사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왔다. 지난달 25일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담당 감사부서를 신설하고 국민안전 관련 감사부서를 행정·안전감사국으로 통합하는 등 새 정부의 직제와 국정운영 방향에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양건의 감사원’은 내내 지나치게 권력 지향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감사원 견제 법안을 발의했고, 일각에서는 “현재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 “감사원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의 주장까지 나왔다.
◇주요 감사들 난항 예상돼=결국 양 원장이 사퇴하면서 감사원은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무엇보다 양 원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감사들의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들어 감사원은 대형공사 및 인허가 비리, 부실저축은행, 공공보건 의료체계 감사 등 굵직굵직한 감사 계획을 내놨었다. 감사원은 “일단 정해진 감사 계획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양 원장이 세운 감사 일정을 차기 원장이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원전 비리 감사는 성격상 MB정부 실세를 겨냥한 감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양 원장의 중도하차로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한편 원장의 공백이 길어져 감사원의 전반적인 업무 자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1997년 대선 직후 한승헌 전 원장이 임명되기까지는 2개월 반이 걸렸고, 2010년 9월 김황식 전 원장의 퇴임 이후 양 원장이 취임하기까지는 자그마치 5개월이 걸렸었다.
후임 감사원장은 흐트러진 조직 장악을 위한 내부 개혁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중립 훼손과 감사원의 권위 실추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