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석연찮은 사퇴… 靑 ‘인사 압력설’에 침묵 속 곤혹

입력 2013-08-25 18:01


양건 감사원장이 석연찮게 전격 사퇴하면서 이 문제가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4대강 감사 책임론에 이어 청와대와 감사원 간 인사 알력설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양 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정치권에서는 감사위원 자리를 두고 청와대와 감사원이 갈등했다는 관측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공석 중인 감사위원에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장훈 중앙대 교수를 임명하려 하자 양 원장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양 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들어 제청을 거부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얘기다. 또 4대강 감사 논란으로 전 정권과의 갈등을 빚은 양 원장이 퇴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새누리당 친이명박계는 노골적으로 양 원장을 비판했다. 김영우 의원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사원이 합리적·독립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정치 감사를 하면서 감사원이 감사받아야 할 정도로 비판이 많았다”며 “사퇴 배경에 대해 정확히 밝히는 것이 옳다. 사퇴까지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이계 중진도 “감사원이 어떤 정권에 있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보이지 않는 행위를 했다”면서 “감사원이 중립적 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감사원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친이계는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4대강 감사를 집중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자칫 친박근혜계와 충돌이 빚어지면서 여당 내 계파 다툼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누리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임기 보장과 더불어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원장의 사퇴가 정치적 외압설과 인사 갈등설 등 잡음에 휩싸인 것에 대해 청와대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누가 봐도 감사원이 권력 눈치보기 감사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이번 감사원장의 전격적인 사퇴 배경 역시 권력암투가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며 “4대강 감사 결과 때문에 감사원장이 사퇴했다면 이는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는 감사원에 대한 인사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양 원장이 거부하자 교체로 이어졌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명박정부에서 비롯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박근혜정부에서도 재현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정조사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감사원장을 교체한 것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덮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놨다.

임성수 유동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