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로잡은 떡볶이·김밥… 2평 구멍가게, 기업이 되다
입력 2013-08-25 17:59 수정 2013-08-25 17:01
한국식 분식점으로 대박… 유학생들의 매콤 달콤한 창업스토리
떡볶이 김밥 어묵 쫄면 등 ‘한국 분식점의 맛’이 중국에서 통했다.
중국 최초의 한국식 분식점 ‘장상한품(掌上韓品)’이 최근 상하이 이산루에 10호점을 열었다. 20대 한국 유학생 2명이 2008년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에서 2평짜리 구멍가게로 시작한 장상한품은 5년 만에 당당한 ‘한국 분식 프랜차이즈’ 기업이 됐다.
상하이 중심가에 자리 잡은 25∼40평 규모의 매장 10곳은 메뉴판에 적힌 ‘辣年?(라니엔가오·떡볶이)’와 ‘紫菜包飯(즈차이바오판·김밥)’, ‘韓式魚餠(한스위빙·어묵)’을 먹으려는 중국인들로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매장마다 월 7000만∼1억원씩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손님의 90% 이상이 중국인 젊은이들이다. 다음 달엔 번화가 난징동루에 11호점을 열고 조만간 베이징, 광저우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손바닥에 한국을 담아가라’는 뜻의 장상한품은 매장이 좁아 포장손님만 받던 창업 초기에 지은 이름이다. 2008년 4월 어학연수를 마친 손하나(34·여)씨는 상하이외국어대에 다니던 박강민(29)씨와 의기투합해 분식사업을 시작했다. 손씨는 직접 떡볶이와 김밥을 만들고, 어린시절 꿈꾸던 ‘공주방’처럼 분홍색 페인트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손씨는 전 재산을 털고 박씨는 학업을 중단하며 어렵게 연 가게의 하루 매상은 50∼100위안(약 1∼2만원)에 불과했다. 분식이 중국인에게 생소한 탓이라 여긴 손씨는 행인들에게 무료로 ‘컵 떡볶이’를 나눠주며 중국인의 입맛을 연구했다. 중국 음식과의 차별화를 위해 한 음식에서 단맛·쓴맛·신맛·짠맛이 동시에 나는 한국 음식의 특성을 살렸다. 또 상하이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매운맛을 크게 줄였다. 찾아오는 손님에겐 반드시 뭔가 말을 걸어 단골로 만들고 덤을 얹어주는 ‘한국식 친절’도 선보였다. 곧 인근 고등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맛집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 8개월 만에 임대인의 요구로 가게를 닫아야 했다. 넉 달 뒤 새 가게를 차렸지만 보증금과 석 달 치 임대료를 사기 당해 다시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행정 비용을 아끼려고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탓이었다. 손씨는 “‘중국에서 분식사업은 안 되나 보다’ 했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손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중국인 친구로부터 7만 위안(약 1200만원)을 빌릴 수 있었고, 2009년 9월 상하이 차오시루에 연 세 번째 가게는 6개월 만에 상하이의 ‘명물’이 됐다. 신문과 방송에 맛집으로 잇따라 보도되더니 심지어 일본 잡지에도 소개됐다. 이에 장상한품의 가능성을 인정한 광저우의 투자자가 100만 위안(약 2억원)을 투자했다.
손씨는 상하이 지역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사는 게 너무 달라(生活大不同)’에도 출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장상한품에 떡볶이를 먹으러 온 방송작가들이 손님을 상대하는 손씨의 입담과 한국 억양이 섞인 중국어를 재밌게 여겨 출연을 제의했다. 중국판 ‘미녀들의 수다’ 격인 이 프로그램에서 손씨는 단 한 차례 출연한 뒤 곧바로 ‘고정 출연자’가 됐다.
손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식은 중국에서 고급 음식으로 통한다”며 “중국에 한국 분식점의 맛을 알리고 확산시켜서 한식 세계화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