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춤꾼들이 풀어낸 소설 ‘11분’

입력 2013-08-25 17:12


이 시대 주목받는 젊은 춤꾼들은 ‘11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안애순(53·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후 첫 번째 프로젝트인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이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목은 ‘11분’.

‘연금술사’의 저자인 브라질 스타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브라질 소녀 마리아가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로부터 성공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스위스로 떠나는 이야기다.

김보람(31) 이준욱(30) 지경민(29) 허효선(30) 최수진(29) 등 서른을 전후한 촉망받는 무용수 다섯 명이 주인공이다. 신체적, 예술적으로 가장 꽃피울 수 있는 나이에 다다른 이들은 각각 마리아의 11분을 해석한다. 무용수이자 동시에 안무가가 되어 각자의 무대를 만드는 것. 음악 작곡 및 연주는 재즈계의 떠오르는 유망주인 ‘K-재즈 트리오’가 맡는다. 이처럼 현대무용이 재즈와 소설과 만난 것은 새로 취임한 안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동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안 감독은 “현대무용은 포괄적인 예술이 되어야 한다. 극장에 갇혀 있는 장르가 아니라 학술 출판 미술 등 다양한 형태와 접목해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무용계에 대해 “백이면 백, 현대무용이 난해하고 추상적이라고들 생각한다. 어떤 춤인지 행위 자체를 헷갈려하는 분들도 많다”며 대중과 소외돼 있음을 인정했다. 그래도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러면 (훗날 후배들에게) 한국의 창작물을 남겨줄 때 굉장히 면목이 없을 것 같다. 더 진지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창작활동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Mnet ‘댄싱 9’처럼 현대무용을 ‘쇼’적으로 푸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 무용가들이 ‘댄싱 9’에 많이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 시대에 따라 예술가의 태도가 달라진다. 시대에 적극적으로 맞춰가는 입장이 있고, 반면 진지하게 자기 색깔을 고집스럽게 이끌고 가는 작가도 있다”며 “제 경우는 후자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