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위장전입 논문표절… “독일선 있을 수 없는 일, 스스로 사퇴”
입력 2013-08-25 17:41 수정 2013-08-25 20:40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검소한 삶은 익히 알려져 있다. 평소 소형차를 타고 직접 마켓에서 장을 보고 관용차를 탈 때에도 교통 통제를 하지 않는다. 베를린 박물관섬 건너편 쿠퍼그라벤에 위치한 메르켈 총리 사택에도 이런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1층에는 골동품 가게가, 바로 옆 건물 지하에는 맥줏집이 있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연립주택 3층이 총리 집이다.
빌리브란트 거리 1번지에 총리 관저가 있고 그 건물 꼭대기 8층에 침실, 욕실 등이 있는 주거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여기서 매일 출퇴근을 한다. 업무로 인해 해외나 지방에 가지 않는 한 남편의 아침식사를 꼬박 챙긴다고도 알려져 있다. 놀라운 건 경호원조차 없다는 점이다. 달랑 경찰차 한 대와 담배를 피우며 사담을 나누고 있는 경찰 2명이 전부였다. 문패에는 남편인 ‘자우어 박사(Dr. Sauer)’의 이름만 적혀 있었고, 행인들조차도 “총리 집이라고? 몰랐네”란 반응이 나왔다.
부처 장관 관저도 독일에는 없다. 내각제라 대부분 의원직과 병행하고 있어 각자 지역구 사택을 이용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비효율적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자는 공감대 차원이기도 하다.
이런 소박한 삶은 도덕성·윤리의식으로 이어진다. 독일 정당 관계자들은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을 한 전력이 드러난 정치인,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아해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떠난다”고 단언했다. 오랜 정당 활동을 통해 여러 경로로 이미 검증을 받은 사람들이 총리·대통령·장관이 되고, 연방의회 의원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뒤늦게 의혹이 불거지면 곧장 사퇴한다. 지난해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이 2008년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 주택 구입을 위해 특혜성 저리 사채사용 및 기업들로부터 공짜 휴가여행과 승용차 협찬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으로 결국 사퇴했다.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카를 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국방장관, 아네테 샤반 교육장관도 각각 2011년과 지난 2월에 논문표절로 중도 사퇴했다.
독일 정치권에선 지난 우리나라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의제였던 ‘정치혁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 생소해했다. 중앙당사 규모나 의원 연봉 및 보좌관 수 등과 관련해 ‘문제 제기가 있느냐’고 묻자 녹색당 관계자는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 모든 게 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 총리는 25만여 유로(약 3억7000만원), 연방의회 의원들은 10만여 유로(약 1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베를린=글·사진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