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10代부터 직업정치… 한국같은 ‘반짝스타’ 꿈도 못꿔
입력 2013-08-25 17:41 수정 2013-08-25 20:39
독일 정치인 이렇게 만들어진다
‘옥센투어(Oxen Tour).’ 10대 때부터 서서히 정치인이 돼가는 과정을 뜻하는 단어로, 독일에만 존재한다. 황소가 싸우듯이 치열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데서 유래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독일에서는 연예인이나 방송인 등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들이 ‘반짝’ 정치인으로 나서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 청년시절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정당에 소속돼 순차적인 단계로 철저하게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문화이자 구조다. 그래서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했던 ‘안철수 현상’ 같은 기이한 흐름도 없다.
◇정치교육의 산물 ‘청년조직’=독일 정당엔 10∼30대 청년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조직이 따로 있다. 이곳에서 정치교육을 받고 현안에 대해 토론하며 정치인의 길을 갈고 닦는다. 물론 의원 등 선출직에 도전하지 않고 당직자로 남거나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 모든 건 개인이 정한다. 단번에 중앙에 진출하는 케이스도 드물다. 시·주·연방 순으로 경험을 넓혀가기 때문이다.
청년조직 중 최대 규모는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CDU·CSU)의 청년연합(JU·Junge Union)이다. 진성당원만 12만5000여명이다. 1914년 설립돼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민주당(SPD)의 청년사회주의자(Jusos·Jungsozialisten)는 7만명이 활동하고 있다. 30년도 채 되지 않은 자유민주당(FDP)의 청년자유(JuLis·Junge Liberale)와 좌파당의 좌파청년(’solid·Linksjugend), 녹색당의 녹색젊은이들(GJ·Gr몕ne Jugend)도 당원은 9000∼1만명에 이른다. 세대 간 의제에서 치열한 논쟁도 벌어진다. JU의 필립 미스펠더 의장은 2003년부터 “왜 노인의 건강보험료를 젊은 우리가 부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연방의회 의원(620명) 중 가장 젊은 10명의 평균 나이는 만 28세다.
◇총리·대통령도 10대 때 정치입문=세계 최연소 의원도 독일에서 나왔다. 2002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2005년 재선에 성공한 안나 뤼어만은 당시 19세였다. 98년 15세 때 녹색당 청년조직에 들어갔다. 중·고교 진학 후에는 고향인 헤센주(州) 녹색당의 청소년 대변인을 맡았다. 현재는 남편과 함께 수단으로 떠나 선거 옵서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빌헬름 발터 불프 전 대통령도 16세인 75년에 CDU에 입당했다. 당 청소년 조직인 ‘Schuler Union’에서 활동했고, 78∼80년 이 조직의 전국대표를 맡으면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84년 정식으로 당 대표부에 들어가 2년 뒤 오스나부뤼크 시의회 의원에 당선돼 94년 니더작센주 의회 의원이 됐다. 2003∼2010년 주총리를 지냈다. 98년부터 7년간 정권을 잡았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도 63년 19세에 SPD에 입당했고, 78∼80년 청년조직 의장을 지냈다. 이후 연방하원 의원(80년), 니더작센주 의회 내 SPD 원내대표(86년), 주총리(90년)를 거쳤다.
40세의 필립 뢰슬러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 역시 FDP 당 대표이자 젊은 정치인이다. 그는 19세였던 92년 FDP 청년조직에 몸담은 이래 정치인으로 살면서 베트남계 입양아란 한계를 넘어섰다. 2006년 니더작센주 FDP 당대표로 선출됐고, 2009년 총선 결과 여당이 된 CDU와 FDP가 연정 파트너를 맺음에 따라 최연소(36세) 장관에 임명됐다.
베를린=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