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전격 사의 - 감사원 표정] 각종 감사 좌초 가능성…후임 촉각
입력 2013-08-23 23:02 수정 2013-08-24 01:08
양건 감사원장의 전격 사의 소식이 알려진 23일 저녁 감사원 직원들은 충격을 받은 듯 한결같이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기 문제이지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말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감사원 직원들은 뉴스를 접하고서야 수장의 사의 소식을 알았다. 하지만 감사위원 등 핵심간부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양 감사원장으로부터 긴급 소집 명령을 받고 모인 자리에서 직접 사의 의사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감사원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은 감사원 내부에서도 공공연히 있었다.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직후 내부에서도 “지나치게 정치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감사를 진행한 건설환경감사국 제3과가 지난달 16일 감사원 내부통신망에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양 감사원장의 판단에 대해 반발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양 감사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감사는 중단되거나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 직원들의 관심은 후임 인사에 쏠려 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유임된 양 감사원장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면서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권위가 실추된 감사원의 위상을 바로잡을 인사가 감사원장으로 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후속 인사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부터 감사원장 교체설이 흘러나왔던 데다 어수선한 감사원의 분위기를 바로잡으려면 청와대가 양 감사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동시에 후임자 발표를 곧바로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 등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남아 있어 당분간 감사원장 자리는 공석이 될 수밖에 없다. 1997년 대선 직후 한승헌 전 원장이 임명되기까지는 2개월 반이 걸렸고, 2010년 9월 김황식 전 원장 퇴임 이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의 자진 사퇴를 거쳐 양 원장이 취임하기까지는 자그마치 5개월이 걸렸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