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전격 사의 - 유임부터 사의까지] ‘정치 감사’ 구설수…결국 자승자박
입력 2013-08-23 23:03
지난 4월 8일 양건 감사원장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며 “감사원을 잘 이끌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했다. 당시 그의 통화 내용 공개는 박 대통령의 신임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전 정부를 겨냥한 감사 내용을 잇따라 발표하자 그의 처신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았고, 여권 내부 일각에서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선 직후만 해도 인수위와 여권에서는 감사원장 교체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후임 인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던 지난 1월 감사원과 양 원장은 문제의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2010년 실시했던 감사 결과와는 정반대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전 정부를 겨냥한 감사원의 칼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명박정부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서민금융 사업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영부인 사업’으로 불렸던 한식 세계화 사업도 감사에 착수했다.
박 대통령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코드 감사’ 논란도 그치지 않았다.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그는 복지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숨은 세원 발굴’을 위해 세입 및 세출 구조조정 감사에 힘을 쏟겠다고 공언했다. “감사 계획을 세울 때도 국정운영 방침을 고려하는데 방향 자체가 잘못되지 않는 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감사 운영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10일 ‘이명박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뒤 최고조에 이르렀다.
헌법학자 출신의 양 원장은 청문회에서 “학자적 양심과 신념을 걸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감사원 최대의 가치로 여기겠다”고 했지만 지난 몇 개월간 ‘코드 맞추기’ 논란의 핵심에 서 있었다. 지난 1월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임’됐던 그는 결국 4대강 감사 부메랑을 맞고 중도하차한 셈이 됐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