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합의-합의서 채택 안팎] 3년 만에 상봉 재개…남북관계 훈풍 일렁인다
입력 2013-08-23 22:59 수정 2013-08-24 01:07
남북이 23일 판문점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상봉에 합의하면서 이산가족들은 3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금강산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정상화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11시간 동안의 마라톤협상 끝에 우리 측이 대폭 양보하면서 이뤄졌다.
릐우리 측 대폭 양보=우리 측은 실무접촉에서 각각 100명씩 해 온 이산상봉 규모를 확대하고, 상봉 장소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과거대로 100명씩 금강산에서 상봉하는 방안을 고수했다. 북측은 또 국군포로·납북자 생사·주소 확인에도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고집을 굽히지 않자 우리 측은 인도적 사안이고, 이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북측 요구대로 금강산에서 100명씩 대면상봉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남북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합의서에 담지 못했지만 북측은 ‘이해를 한다. 실무접촉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대신 정부는 11월에 이산가족 상봉을 한 차례 더 하기로 했고 추석 상봉이 끝난 직후 적십자 실무접촉을 추가 개최하기로 합의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봉 정례화와 생사확인, 서신교환 실시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릐금강산관광 재개·개성공단 정상화에 ‘청신호’=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됨에 따라 금강산관광 재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이 북측 지역인 금강산에서 열리면서 남북 접촉이 잦아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금강산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9월 말 금강산에서 할 것을 제의한 상태다. 북측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은 연계돼 있다”고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측에 대폭 양보를 한 만큼 북측이 관광객 신변안전과 재발방지를 확약한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는 생각보다도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현재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개성공단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는 기간에 우리 측이 제의한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 날짜(9월 25일)가 끼여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또 이번 이산가족 상봉으로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두 축은 ‘교류·협력을 통한 신뢰회복’과 ‘인도적 문제 해결’이다. 이미 개성공단 정상화를 통해 남북 간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남북 최대의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까지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박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누누이 이산가족 문제를 거론했다. 2002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를 본 4가지 항목 중 첫 번째가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였다. 박 대통령 바람이 11년 만에 현실로 이뤄진 셈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