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용병’ 빠지니 와르르… 프로농구 제도 개선 목소리

입력 2013-08-23 18:30

‘대학돌풍’에 한국 프로농구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외국인 선수가 빠진 국내 농구팀은 모래성보다 약했다.

22일 끝난 2013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전은 프로팀이 모두 탈락하고 프로선수들이 주축인 상무와 아마추어 고려대가 맞붙었다. 상무는 지난해 첫 대회 우승팀이고 패기의 고려대는 ‘트윈 타워’(이종현-이승현)를 내세워 애초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설마 했지만 ‘패기’의 대학농구가 프로 스타들이 뭉친 ‘군기’마저 제압하고 한국남자농구를 평정했다.

이 대회에서 프로팀은 정예멤버를 내세우고도 대학팀에 무참히 무너졌다. 1차전이 열린 지난 16일엔 KCC가 경희대에 56대 70으로 크게 졌다. KT는 이 대회 8강전에서 고려대에 53대 74로 대패했다.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인 SK는 준결승에서 상무에 71대 75로 졌다.

모비스는 경희대에 76대 73으로 간신히 이겼다. 그러나 어렵사리 준결승에 오른 모비스는 ‘아우들의 반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고려대에 72대 73으로 무릎을 꿇었다. ‘용병’이 빠진 프로농구의 현주소였다. 토종 센터가 없는 프로농구의 골밑은 키를 앞세운 대학팀에 완전히 지배당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몰라도 흥행에는 성공했다. 최근 한국 남자 농구가 16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높아진 관심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는 8일 동안 1일 평균 4721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농구 비수기인 여름에도 뜨거운 열기를 이끌어냈다. 고려대 ‘트윈 타워’ 등 대학생 유망주들이 한국농구의 앞날을 밝혔기 때문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싱겁게 끝났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이 “프로-아마 최강전을 왜 하는가?”라는 독설을 ‘미스터 쓴소리’의 과민반응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차제에 외국인 선수에 의존한 현 프로농구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왜 한국농구의 위기인가’에 대한 답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농구의 미래는 없을 테니까.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