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號, ‘강팀과 평가전’ 스승의 길 따라간다

입력 2013-08-23 18:23


스승은 ‘오대영’으로 불렸다. 제자는 ‘영대영’으로 불린다.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 2002년 한·일월드컵을 향한 히딩크 감독의 행보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향하는 홍 감독의 행보는 무척 닮았다.

“모든 것은 내년 브라질월드컵에 맞춰져 있다.” 홍 감독은 눈앞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취임 후 4경기를 치렀지만 아직 승리를 챙기기 못했다. 약체를 골라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으련만 오히려 강호들에게만 달려든다. 12년 전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10월 11일 또는 12일에 강호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위인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에서 최다 우승(5회)을 차지한 강호다. 56위인 한국은 10월 15일엔 말리(32위)와 맞붙는다. 말리는 브라질월드컵 아프리카 2차 예선 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본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2012년 가봉-적도기니 아프리카네이션스컵 3위를 차지한 신흥 강호다.

지난 14일 페루(22위)와의 평가전에서 0대 0 무승부를 기록한 홍 감독은 다음달 6일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아이티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크로아티아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FIFA 랭킹 74위인 아이티는 올해 6월 이탈리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각각 2대 2 무승부, 1대 2 패배를 기록한 북중미의 다크호스다. FIFA 랭킹 8위의 크로아티아는 지난 2월 영국에서 한국에게 0대 4 패배의 아픔을 안긴 유럽의 강호다.

‘홍명보호’의 평가전 상대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한·일월드컵 당시 평가전이 떠오른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불과 1년여 앞둔 2001년 5월과 8월, 프랑스와 체코에게 잇따라 0대 5로 참패했다.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내 목표는 오직 월드컵뿐”이라며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밀어붙여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뤘다. 현재 히딩크 감독을 ‘오대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평가전을 철저히 분석해 월드컵 본선에서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강호들을 잇따라 제압한 그를 ‘명장’이라고 칭송한다.

홍 감독은 11월엔 유럽 원정으로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월드컵 유럽 예선 1위를 확정하는 팀을 상대로 평가전 일정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의 말처럼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호가 어떻게 단련될지 관심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