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재판 역풍… 黨분란 초래 우려

입력 2013-08-23 18:41 수정 2013-08-23 22:30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서기에 대한 재판 이틀째인 23일에도 심리가 끝나지 않아 24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처럼 혐의 사실에 대한 심리가 3일 동안 계속되는 건 이례적이다.

보시라이는 이날도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를 “미쳤다”고 공격했다. 보시라이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구카이라이의 법정 출석 증언을 두 차례나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은 이날 오전에는 하루 전과는 달리 심리 내용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띄우지 않다가 오후가 되면서 구체적인 심리 내용을 웨이보에 올렸다.

법원은 특히 검찰이 제시한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구카이라이는 죄수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증언하면서 “다롄스더그룹 회장 쉬밍(徐明)이 사준 프랑스 니스 별장에 대해서는 보시라이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니스 별장은 뇌물수수 혐의 중 핵심 부분이다.

충칭시 전 공안국장 왕리쥔(王立軍)도 서면 진술서에서 이 빌라 차명 관리인들과 구카이라이 사이에 임대 수익 분배 문제로 갈등이 생겨 이를 자신이 보시라이에게 보고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보시라이는 “구카이라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니고 왕리쥔의 주장도 잡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시라이 재판은 좌파와 개혁 세력 간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장밍 런민대 교수는 “이번 재판은 시진핑의 권력 장악을 둘러싼 시험대”라면서 “(좌파 세력을 대표하는) 보시라이의 독특한 위치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문혁 뒤 4인방 재판 때보다 이번 재판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이자 역사학자인 장리판(章立凡)은 “보시라이가 자기변호에 나섬으로써 좌파의 사기를 북돋우는 한편 좌·우파 간 분열을 조장하고 당내 논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홍콩 명보(明報)에 밝혔다.

그는 보시라이가 당국과 사전 합의를 깨고 자기변호에 나선 것으로 봤다. 그는 “하지만 이로 인해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시라이 재판은 문화혁명 뒤 4인방 재판 때보다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1981~82년 진행된 4인방 재판의 경우 TV 생중계가 이뤄졌고 이번보다 더 많은 기자와 방청객이 재판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인방 재판은 이번과는 달리 수도 베이징에서 진행된 점, 4인방 재판 때는 2만자 분량의 공소장이 언론에 공개된 반면 이번에는 신화통신을 통해 수백자 분량의 짧은 자료만 제공된 점도 거론했다. 4인방 재판 때는 기자 330명을 포함한 900여명이 법정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보시라이 가족 5명을 포함한 91명과 기자 19명만 참석했다.



지난=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