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a dream” 그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킹 목사 명연설 50주년

입력 2013-08-23 18:41

미국을 인종차별 없는 나라로 생각하는 미국인이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전 인종평등 사회를 주창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DC의 퓨 리서치 센터가 최근 실시한 전화설문에서 킹 목사가 부르짖었던 인종차별 없는 사회를 달성하려면 상당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자가 49%였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문은 지난 1∼11일 흑인 376명, 히스패닉 218명 등 미국 성인남녀 223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킹 목사는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구절로 유명한 1963년 연설에서 “흑인들은 광활한 물질적 번영의 바다 한가운데서 외로운 빈곤의 섬에 산다”고 묘사했다. 이 연설은 오는 28일로 50주년을 맞지만 설문에서 확인된 인종 간 빈부격차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2011년 흑인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은 백인 가구의 59% 수준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44년 전인 67년 55%보다 4%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흑인과 백인 가구 간 연소득 차이는 60년대 1만9000달러(약 2123만원)에서 현재 2만7000달러(약 3017만원)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가구당 재산 격차도 84년 7만5224달러(약 8406만원)에서 2011년 8만4960달러(약 9494만원)로 커졌다.

고교 졸업률과 기대수명의 차이는 좁혀졌지만 빈곤율과 자택소유 비율은 40년 전과 거의 비슷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흑인 실업률은 50년 이후 꾸준히 백인의 2배 수준을 유지했다.

흑인이 경찰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한 흑인 응답자는 10명 중 7명 꼴이었다. 반면 백인 응답자 3분의 2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종 때문에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흑인은 35%로 히스패닉(20%)과 백인(10%)보다 많았다.

현재 흑인의 삶이 50년 전보다 나아졌다는 흑인 응답자는 약 25%였다. 이 수치는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나온 2009년의 39%보다 크게 낮아졌다. 퓨 리서치 센터의 수석편집자 리치 모린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역사적 사건이 빚어낸 장밋빛 감정이 희석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