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취임 6개월-수직관계 黨·靑] 與, 靑 행보 따라 오락가락

입력 2013-08-24 05:19

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 동안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청와대 우위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할 수 있는’ 건전한 당·청 관계가 필요하다는 자성은 늘 제기됐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수직적 당·청 관계는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보통신기술(ICT)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고, 새누리당은 중간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다. 새누리당 역할이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하는 데 그치면서 민주당에서는 ‘리모컨 여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부랴부랴 수정된 세제개편안 파동에서도 당·청 간 일방적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세제개편안은 대선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했던 박 대통령이 사실상 주도한 사안이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세제개편안을 환영했다. 그러나 국민적 역풍이 불고 박 대통령이 전격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자 이번에는 “재검토가 맞다”고 뒷북을 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앞서 장·차관 잇단 낙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에서도 새누리당은 주로 침묵을 지켰다.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에 속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점도 향후 수직적 당·청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23일 “당은 이미 꽉 잡혀 있어 김 실장이 새로 임명됐다고 해서 더 잡힐 것도 없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핵심들이 원조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이라 당·청 관계의 긴장감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6개월 내내 당·청 관계가 ‘청와대 오더’에 따라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정부조직법 파동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반성이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운 김무성 의원이 지난 4월 재선거에서 당선돼 여의도로 복귀하자 이 같은 목소리는 한층 커졌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최 원내대표는 낙승 예상과 달리 8표 차의 진땀 승리를 경험해야 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당·청 관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치 지형이 바뀔 경우 당·청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