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화기애애… 상봉 장소·인원 놓고 막판까지 진통
입력 2013-08-23 18:05
판문점에서 23일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일찌감치 추석 전후 이산가족 대면·화상 상봉에 공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측 대표단은 오전 9시30분쯤 우리 측 인사의 마중 속에 판문점 군사분계선(DMZ)을 걸어서 넘어왔다.
회의 시작에 앞서 양측 대표는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며 회의 성과를 기대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북남관계의 좋은 분위기를 마련해 나가는데 우리가 오늘 이번 실무회담을 통해서 그야말로 밑거름이 되게, 동력이 되게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운영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오늘 처서(處暑)라 그러는데 더위가 물러가는 날이다. 비도 왔고 시원하다”고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오늘 회담에서 아주 서로 만족할 만한 좋은 성과를 내서 남북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내자”고 화답했다. 이에 박 위원은 “북과 남이 모처럼 마주앉아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성과적으로 타결하고 구체적인 사업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우리 적십자 실무회담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말을 이었다.
실무접촉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중심으로 차분하고 실무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중점을 두고 대화를 진행했다. 또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일각에선 국군포로·납북자들을 별도로 상봉하는 방안을 우리 측이 제기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우리 측은 국군포로·납북자 생사·주소 확인만 북측에 요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성격이 다른 것”이라며 “실무접촉에서 국군포로·납북자의 신상확인 등을 하자고 했을 뿐 별도로 상봉하자고 제안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남북은 상봉 장소와 인원, 시기 등에 대해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남측은 편의성과 상봉 정례화를 위해선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측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이 주로 금강산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봉 인원도 북측은 연례적으로 100명을 제시했지만 우리 정부는 그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봉 시기에 대해서도 우리 측은 추석 직전이나 직후로 할 것을 제의했지만 북측은 이산가족 확인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석 이후로 늦출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오후에도 상봉 장소와 인원, 기간 등을 놓고 줄다리기 회의를 이어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