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경찰 수사발표 11분뒤 민주 공격…공조정황” 김용판측 “경찰청장 뜻 반영”
입력 2013-08-23 18:01 수정 2013-08-23 22:40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청문회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수사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공판에 자리한 가운데 1시간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김 전 청장을 몰아붙였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소환되는 다음 공판부터는 법정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디지털 증거분석과 수사 개입이 이뤄진 정황을 상세히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컴퓨터에서 삭제하고 상부에 보고했던 30개의 아이디, 민간인 조력자 인적사항 등 다수의 증거가 복구됐으나 김 전 청장은 이를 빼놓고 수서경찰서에 자료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분석 범위를 키워드 4개로 제한하도록 지시한 것은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방 하나만 수사한 것과 마찬가지 행위”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국정원이 수사 은폐·축소에 공조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은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11분 뒤 국정원이 민주당을 정면 공격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11분은 보도자료 작성은커녕 내부보고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청장 측은 반박진술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김 전 청장의 변호인은 “국정원 여직원 집 압수수색 제지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대검 측 의견을 반영한 것이고, 분석 범위 제한은 분석팀 실무자들이 토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의 변호인은 “경찰의 부정행위와 김 전 청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며 “지시가 있었더라도 직권남용이 아니고,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지시한 것도 선거운동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대선 후보 비방글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허위의 발표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CCTV 영상을 검증한 후 권 전 수사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일 예정이다. 김 전 청장이 검찰의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하고 있어 재판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다.
재판부도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재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전 청장의 직권남용과 선거개입 혐의 등이 인정될 경우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원세훈 김용판 등 13명을 국정조사에서 증언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나성원 문동성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