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문명 탈출”… 사서 고생하는 오지탐험 붐

입력 2013-08-24 05:23


대전의 한 마이스터고 3학년인 양희천(19)군은 대한산악연맹에서 모집하는 오지탐사대에 지원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몽골에 다녀왔다. 탐사 대상은 높이 3900m에 달하는 몽골 ‘사이르 산’. 등반은 체력뿐 아니라 극한의 정신력을 요구했다. 끝없이 펼쳐진 눈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화이트 아웃’ 현상이다. 양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탐사대장의 발자국만 따라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산용 피켈로 몸을 지탱해도 계속 미끄러졌다. 고산지대에서 흔히 발생하는 설사와 두통 증세를 피하기 위해 일주일간 씻지도 못했다. 그러나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말할 수 없는 짜릿함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양군은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미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대성(35)씨는 최근 휴가를 내고 미국 그랜드캐니언 종주 대회에 참가했다. ‘G2G’라 불리는 이 대회는 일주일간 16㎏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 275㎞를 달리는 사막 레이스다. 50도에 달하는 더위와 전투식량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실한 식사, 몰려오는 피곤함에도 김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레이스 3일째 되던 날 양발이 퉁퉁 부었다. 한 치수 큰 신발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레이스를 포기해야 했다. 김씨는 “완주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만큼 노력한 것도 한계에 도전하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몽골 고비사막으로 떠난 직장인 안해운(47)씨도 사막 달리기를 통해 ‘극한’을 경험했다. 안씨는 끓는 듯한 사막의 공기를 마시며 4시간 넘게 경사진 언덕을 뛰어오르기도 했다.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사막에서 침낭에 누워 노숙을 했다. 식사는 육포로 때웠다. 그래도 안씨는 이를 악물고 버텼고, 일주일 만에 250㎞ 코스를 완주했다. 안씨는 “평범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며 “사하라 사막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SBS 리얼 탐험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 인기를 끌면서 사막 레이싱이나 오지 여행 등 극한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대한민국 1호 사막레이서로 변신한 유지성(41)씨나 2003년 마흔 살에 오지 탐험에 나선 강북구청 공무원 김경수(50)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동신대 교수들은 지난해 7월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7개국을 한 달간 여행한 뒤 지난 6월 여정을 정리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여행사들도 오지 체험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항공사도 직항 항공편 신설 등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여행사 이정식 상무는 “휴가철을 맞아 베트남 북쪽 소수민족 탐방, 파키스탄 실크로드 종주 등 오지를 찾아 떠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B여행사 김병구 부장은 “지난해에만 1만여명이 오지로 트레킹을 떠났다”고 했다. 지난 6월 에티오피아 항공이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취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지탐험 시엔 돌발적인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말라리아나 여행자 설사, A형 감염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흥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행 중 음식과 물을 가려먹고 장티푸스, 콜레라 등 오지에서 유행하는 질환에 대비해 미리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산악 지대에서는 고산병과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