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안드는 전세대출 첫날, 찾는 발길 드물고 은행은 준비 소홀

입력 2013-08-23 17:55 수정 2013-08-23 22:28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이 23일 시중은행에 출시됐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찾는 사람도 없고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의 준비도 소홀했다.



이날 오후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서울 시내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6개 은행 점포를 돌아봤지만 대출을 문의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출 상담 직원들도 “이따금 전화로 준비 서류를 문의하는 경우는 있어도 점포에 직접 나와서 문의한 사람들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주도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춰 야심 차게 내놓은 것에 비하면 출시 첫날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성적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은 최대한도가 2억6600만원이고, 대출 금리는 보증수수료 인하분을 포함해 기존 상품보다 0.5% 포인트 정도 낮다.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의 준비도 부족했다. 대부분 은행 점포에선 상품 출시를 안내하는 홍보물을 마주할 수 없었다. 현수막과 입간판까지 동원해 적극 홍보하고 있는 재형저축, 국민주택기금대출 등 상품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이 언제 출시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상품을 문의하자 그제야 찾아보고는 23일에 출시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 은행 직원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이 금리가 낮고 한도는 높아졌지만 집주인이 와서 승낙을 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어 실효성에 대해 말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에 대한 설명 대신 다른 전세대출 상품을 상세히 설명하며 추천하기도 했다.



각 은행 홈페이지에서도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출시 자체를 안내하는 문구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농협은행만이 홈페이지에 ‘목돈 안 드는 행복전세’가 출시됐다는 공지를 올렸다.



은행 관계자는 “22일에야 금리가 확정돼 홍보물은 다음주에나 배포될 예정”이며 “전세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 시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실효성 여부는 추이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