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억 증가에 일자리 7개만 늘어 ‘고용없는 성장’ 고착화
입력 2013-08-23 17:55
한국경제의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성장동력인 수출 부문의 고용 창출력은 다른 최종수요 항목인 소비나 투자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한국 경제구조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국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7.3명에 그쳤다. 이는 2005년의 10.8명보다 3.5명 줄어든 것이다.
취업유발계수란 해당 부문에 10억원의 추가 수요가 생길 때 직간접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를 말한다. 즉 6년 전엔 수출이 10억원 늘 때 약 11명이 새로 고용됐는데 이제 일자리가 7개만 생긴다는 얘기다. 소비의 취업유발계수도 같은 기간 19.1명에서 15.3명으로 4명가량 줄었다. 투자 역시 15.3명에서 12.0명으로 3명 감소했다. 소비·투자·수출을 모두 고려한 전체 평균 취업유발계수 역시 15.8명에서 11.6명으로 악화했다.
다른 부문보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것은 주력 수출산업들의 생산과정에 기계가 많이 들어가고 국외 고용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대표 수출품목인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전기전자기기 업종의 취업유발계수는 6.1명으로 평균(11.6명)의 반절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05년 8.3명에서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대표 품목 자동차가 포함된 수송장비업 역시 6.8명으로 부진했다. 2005년(9.9명)과 비교해선 3명이 감소했다. 현재 스마트폰의 해외생산 비중은 80%에 달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의 해외생산분도 60%를 넘었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11년에 36.0명으로 2005년의 51.1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서비스업도 19.5명에서 15.8명으로 줄었고 제조업은 12.2명에서 8.7명으로, 광업은 10.4명에서 8.0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건설업은 10.1명에서 7.8명으로 줄었다.
재계 관계자들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등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돌아올 수 있는 유인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