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비지출 부담에… ‘쓸데 안써도’ 살림살이 더 팍팍

입력 2013-08-23 17:55


중소기업 과장 이모(39)씨는 매달 400만원의 월급 중 월세, 자녀 학원비, 통신비 등 고정지출비용만 200만원을 쓴다. 국민연금과 원천근로소득징수액이 지난해보다 매달 10만원 가까이 더 나가면서 지난 6개월 동안 고정지출이 200만원을 넘지 않은 달이 없다. 이 과장은 올해 연봉이 2.5% 올랐지만 가족과의 외식은 오히려 매주 1회에서 격주로 줄였다. 그는 “돈은 벌고 있는데 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갈수록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우리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 국민연금 등 준조세 부담이 늘면서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3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3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0.7%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지출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비는 0.4% 감소했다. 실질소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세금이나 연금, 보험, 이자비용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75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국민연금기여금이 11만4000원으로 4.5%,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지출이 5.3% 늘어난 데다 자동차세나 경상소득세 등 경상조세도 11만3000원으로 1.6% 증가했다. 앞의 이 과장 사례처럼 직접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가는 지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도 9분기 연속 하락했다.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3.1%로 지난해 2분기보다 1.0% 포인트 떨어졌다.

소득은 1분기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2분기 월평균 소득은 404만1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1분기의 1.7%보다 개선된 수준이지만 지난해 4분기의 5.4%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3%로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것이나 다름없다.

각종 불확실성에 지출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는 또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28만7000원으로 2.1% 증가한 가운데 가계 흑자액은 88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1% 늘어나 2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 흑자액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을 뺀 것)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말한다.

정부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9분기 만에 0%대를 벗어난 데서 보듯 움츠려 있는 가계도 2분기를 기점으로 살아날 여력이 생기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질소비지출 감소세가 약간이나마 호전되는 방향”이라면서 “앞으로는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