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훈련 중 강화서 또 ‘노크 귀순’

입력 2013-08-23 17:38


북한 주민 1명이 23일 새벽 인천 강화군 교동도 해안으로 귀순해 와 관계 당국이 조사 중이다. 특히 이 남성은 군 감시체계에 포착되지 않고 민가까지 달려가 문을 두드리는 등 이른바 ‘노크 귀순’한 것으로 알려져 허술한 군의 경계태세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교동도는 지난해 9월에도 북한 주민이 통나무를 타고 헤엄쳐 몰래 들어온 뒤 6일간 민가에 머물다 주민 신고로 붙잡힌 지역이다. 또 현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이다. 교동도는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과 마주하고 있으며 불과 2㎞ 남짓 떨어져 있는 접경지역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남성 1명이 오늘 새벽 교동도 해안으로 맨몸으로 귀순해 왔다”며 “3시40분쯤 교동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북한 주민은 46세의 H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교동도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불빛이 있는 민가로 달려가 문을 두드려 집주인을 깨운 뒤 “북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을 발견한 집주인 조모씨는 인근 해병대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해병대 5분 대기조가 출동해 신병을 확보했다. H씨는 해병대 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해병대와 국가정보원, 경찰 등 관계 당국은 H씨를 대상으로 귀순 경위와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교동도 해안에는 철책이 설치돼 있지 않다. H씨는 헤엄쳐 남쪽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졌다. H씨가 넘어온 해안은 우리 주민들의 어업지역으로, 고정된 경계 초소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북한 주민 귀순 이후 교동도의 경계태세 문제가 지적된 뒤 병력과 감시장비를 보강했다”며 “(H씨 귀순 당시) 새벽 교동도 날씨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등 시계가 제한됐고 감시장비 운영에도 제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의 허술한 경계 논란은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에는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가 어선을 훔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강원도 고성군 철책을 넘어 22사단 GOP 소초(병영생활관)로 가 문을 두드리는 ‘노크 귀순’을 했다. 이 병사는 당시 3중 철책을 넘은 직후 귀순 의사를 밝히기 위해 70여m 옆 초소로 갔지만 우리 병력이 한 명도 없어 동해선 경비대 숙소 출입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도 응답이 없자 마지막으로 GOP 소초로 가서야 문을 두드려 귀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