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藻類의 두 얼굴

입력 2013-08-23 17:31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지만 식물은 아니다. 외부로부터 유기물을 흡수하는 동물적 특성을 가진 종류도 있다.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수 십 미터에 이르는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민물에도 살고, 바다에도 서식한다. 조류(藻類)다.

조류가 독립적 생물계로 분류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의 식물생태학자 로버트 휘태커가 생물계를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균계, 식물계, 동물계 5계(界)로 나누고 조류를 원생생물계에 포함시킨 게 1969년이었다. 생물계를 동물계와 식물계로만 구분한 과거엔 식물과 흡사한 조류는 당연히 식물계에 속했다. 그래서 아직도 적잖은 사람들이 조류를 식물로 여긴다.

과학자들은 조류가 35억년 전쯤 지구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조류라고 한다. 수 십억년이 지난 지금도 조류는 1차 생산자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본 축을 담당하고 있다. 유기물과 산소를 공급해 동물플랑크톤, 수서곤충, 조개류, 어류 등 다양한 수중생물의 서식을 가능케 한다. 조류가 없으면 수중 생태계는 유지가 될 수 없다. 최근에는 바이오연료 원료로 주목받고 있고 클로렐라, 스피룰니나 같은 미세조류는 건강식품과 우주식량으로 개발됐다. 과학 발달 여하에 따라 조류는 무궁무진한 미래자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유용한 조류가 최근 들어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바다는 강원도 동해안까지 북상한 적조로, 강과 호소는 녹조로 신음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랄까. 적조·녹조현상 모두 조류의 대량번식 때문에 생긴다. 물속 영양염류 과다 외에 수리학적, 이화학적, 생물학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류는 대량 번식한다.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낙동강과 영산강에 녹조현상 발생 빈도가 부쩍 늘었다. 환경단체들은 보 건설로 강물의 유속이 느려져 물속 조류가 이동하지 못해 녹조현상이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는 높은 수온을 좋아한다. 흐르는 물은 주변 온도를 낮추지만 고인 물은 온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막힌 강은 호수와 다를 바 없다. 흘러야 강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