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과 쉼 공존하는 선진 휴가문화 수용해야
입력 2013-08-23 17:31
내년부터 설과 추석 연휴가 일요일과 겹치면 평일에 하루 더 쉴 수 있는 대체휴일제가 도입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편인 우리의 장시간 노동 현실을 바꿔 휴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창의적 발상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휴가철에 경제장관들이 대부분 휴가를 가지 않거나 취소한 것이 결코 칭찬받을 일이 못된다는 뜻이다.
경제부총리는 아예 휴가를 가지 않았으며, 다른 경제부처 장관은 휴가를 내놓고도 청사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수해를 입은 지역이나 송전탑 건설로 갈등이 심한 지역에서 보내는 등 업무 관련 지역에서 소일했다.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장관들의 처지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런 처신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사고로 절대 찬성할 수 없는 현명치 못한 처사다.
현 정부는 기회만 있으면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과제로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을 내걸었다. 구체적 실천과제로 공공부문부터 연가 사용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누누이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장관이 여름휴가조차 제대로 가지 않는 것은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비상훈련인 을지연습이 한창이라 장관들의 휴가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유가 없는 우리 장관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놀 땐 충분히 노는 것이 선진국의 보편적인 문화다. 우리가 모범으로 삼고 있는 독일 등은 공휴일을 특정 요일로 정해 주말과 겹치는 것을 원초적으로 피한다. 그만큼 휴식이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판단한 결과 아니겠는가. 빌 게이츠도 장시간 휴가를 보내면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지 않는가.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는 단지 새마을운동 시절과 같은 절대적인 근면성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IT 선진국으로 전자정부가 완벽하게 구현된 마당에 눈치만 보고 자기 휴가 하나 챙기지 못하는 장관들에게 무슨 창조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장관들부터 일과 쉼을 분명히 구별하는 문화를 정착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