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억 수출해 고작 7명 일자리 늘어난다니
입력 2013-08-23 17:30 수정 2013-08-23 22:23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언제부턴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의 길로 가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구직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런 일이다. 게다가 가계의 소비여력을 떨어뜨려 기업 매출부진→경기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한국 경제구조 분석’ 자료를 보면 매출액이 10억원 증가할 때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취업유발계수가 2005년 15.8명에서 2011년 11.6명으로 악화됐다. 수출 부문은 같은 기간 10.8명에서 7.3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투자나 소비부문보다 더 심각했다.
생산과정이 기계화·고도화될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고용창출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수출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는 탓이 크다. 스마트폰의 해외생산 비중은 80%에 달하고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분은 60%를 넘었다.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다. 다른 나라들은 세제혜택과 저렴한 공장부지 등 온갖 당근책을 제시하는데 우리나라는 불확실한 정책과 낡은 규제, 강경노조가 발목을 잡으니 기업들로선 진저리가 날 만하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최대 3500만 달러를 투자해 부품공장을 짓기로 하고 현지인 350명을 고용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얼토당토않은 생떼를 쓰더니 노조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당기는 자석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유턴하는 기업 지원책을 쏟아내 일자리 창출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아베노믹스로 기업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돌아오게 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