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 드럼치면 안되나요” 한국 크리스천 음악계 크로스오버 어디까지…

입력 2013-08-23 17:17 수정 2013-08-23 19:41


이영태 명창이 매주 월요일 CBS 라디오 방송에서 성경 속 이야기를 판소리로 부르고 있다. 판소리라는 전통음악 장르가 성경의 서사와 만난다는 점에서 ‘크로스오버(Crossover·교차)’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크로스오버는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이 혼합된 형식을 가리킨다. 한국 크리스천 음악계에서도 크로스오버는 계속 시도되고 있지만 다양하지 않다는 평이다.

국내에서는 교회 안팎의 문화가 만나는 것을 넓은 의미의 크로스오버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CCM으로 작곡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1997)을 최고의 크로스오버라고 평가하는 것이 그 예다. 경직된 예배 분위기가 크로스오버 활성화를 가로막는 한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음악이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선교적 관점에서 좀 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님만 안 들어가면=이 명창은 장기적으로 성경 전체를 판소리가 바탕이 된 국악뮤지컬로 만들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으로 구성된 조이 앙상블은 2010년 국악찬양 앨범 ‘열매’를 발매했다.

예배음악, CCM과 다른 음악 장르의 접목은 계속되고 있다. 구자억 목사는 트로트 형식으로 찬양을 부른다. 올해까지 4년 동안 3개의 앨범을 내놨다. 3집에선 ‘죄짐 맡은 우리 구주’ 등을 중장년층에 다가가기 쉬운 트로트 풍으로 불렀다. 히스팝 그룹은 힙합과 예배음악을 크로스오버하고 있다. 2010년에 이어 지난해 2집 ‘His Love’를 내놨다. 임바울 집사는 블루스 풍으로 CCM을 부르고 있다.

크로스오버 음반이 다양하게 발매되고 있지는 않다. 한 찬양사역자는 “우리나라는 CCM 가사에 ‘주님’만 안 들어가면 크로스오버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은 전반적으로 사역자의 수준도 높지 않고 시장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크리스천 음악 저변이 넓은 미국 같은 나라는 크로스오버가 활발하지만 한국은 문화적 토양 자체가 달라 크로스오버를 논하기엔 수준이 낮단 얘기다.

◇“드럼 치면 안 되나요”=국내에서는 CCM 가수가 대중음악계에서 노래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크로스오버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맥락에서 CCM이 일반 가요처럼 널리 불릴 때 크로스오버라고도 한다. CCM 가수로는 소향이 최근 큰 주목을 받았다. MBC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다. 울랄라세션은 지난 18일 라이즈업코리아 행사 무대에 섰다. 송대관도 교회 집회에서 찬송이나 CCM을 자주 부른다고 한다.

대중적 사랑을 받은 국내 CCM도 제법 있다. 한웅재 목사의 ‘소원’은 최근 이승철 앨범에 삽입돼 화제가 됐다. 윤복희의 ‘여러분’은 나가수에서 회자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린도전서 13장을 가사로 한 ‘사랑은’ 등이 있다. 강훈 한국찬양사역자연합회 기획이사는 “교회 밖에 복음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한국 CCM 최고의 크로스오버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크로스오버 음악도 예배 중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소 경직된 교회 분위기와 전통문화의 특성이 폭넓은 크로스오버를 제약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회에서는 예배에 익숙지 않은 노래만 등장해도 불편해 한다. 수도권 한 대형교회 장로는 “목사님이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한 뒤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자고 했는데 예배 후 일부 교인이 이런 노래를 불러도 되느냐고 항의하더라”고 했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그룹 NCM은 2011년 발표한 앨범에서 이런 분위기를 꼬집기 위해 ‘장로님 드럼 치면 안되나요’라는 노래를 삽입했다. 김동혁 휫셔뮤직 팀장은 “교회의 보수적 특성상 굿과 관련 있는 전통 악기나 최신 음악을 받아들이기 주저한다”며 “크로스오버가 기독교 문화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