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의 성서 한방보감] 통하면 안 아프다

입력 2013-08-23 18:23


한의학에서 기가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不通卽痛) 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다(通卽不痛)고 말한다.

기는 인체의 생명력인데, 그 생명력인 기운이 경락을 돌아다니는 순환이 잘 되어야 아프지 않다. 그런데 그 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그 자리가 아프게 된다. 침을 놓는 것도, 뜸을 놓는 것도 막힌 혈을 뚫어주고 막힌 기를 풀어주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침은 막힌 경혈이 있는 경락에 놓는다. 꼭 아픈 자리가 아니더라도 그 경락이 풀리게 해주면 된다. 침 놓는 자리 즉 침구멍을 경혈이라고 한다. 한방에서 경혈은 기운이 많이 몰려있는 곳, 인체에서 기가 센 곳을 말한다.

거기에 비해 경락은 길이다. 경혈이 이어지는 길, 기운이 통하는 길을 경락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경혈에 침을 놓아 경락에 기운이 잘 통하게 만들어준다. 침을 놓아 경락에 막혔던 기가 풀어지면 통증은 사라지게 된다.

침은 아픈 데 놓는 것이 아니다. 경락을 따라 막혀 있는 혈, 즉 경혈을 찾아 놓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기가 통하게 되어 통증은 절로 해소된다. 그게 침놓는 원리다. 뜸도 마찬가지다. 뜸은 몸이 차가워져 기가 통하지 않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어 치료하는 요법이다. 한 부위가 너무 차가워져 담이 생기면 기가 통하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기가 움직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을 담이라고 한다. 담에는 차가워서 생기는 담도 있고, 너무 더워서 생기는 담도 있다. 그때 따뜻한 열을 가해주어 풀어주는 방법이 바로 뜸이다. 뜸은 냉증, 허한증에 쓰는 시술법이다. 이 경우도 경락을 찾아 그중 가장 중요한 경혈에다 시술한다. 그러면 막혔던 기는 다 풀어지기 마련이다.

약을 쓰는 의미도 같다. 오장육부의 어느 경락이 막혀 있으면 아프게 된다. 그 아픈 부위의 경락에 기를 잘 통하게 하는 약물을 쓴다. 그래서 막힌 곳을 뚫어 기가 잘 통하게 해 아프지 않게 만들어주는 원리다.

그런 의미에서 약은 ‘보약’과 ‘사약’으로 나눈다. 보약은 원기가 부족해서 생긴 허증에 원기를 도와주어 기를 잘 통하게 하는 약물이고, 사약은 사기 즉 병기운이 가득 차서 생긴 실증에 사기를 깎아주어서 기를 잘 통하게 하는 약물이다. 사약이라고 해서 죽이는 약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인삼을 써서 기운을 보해주고 녹용을 써서 혈을 보해주는 치료를 한다.

영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하나님과의 관계에 병이 들면 아프다. 죄로 인해서, 영육의 연약함으로 인해서 하나님과 교통이 되지 않으면 막힌다. 기도가 막히고, 대화가 막히고, 사랑이 막힌다. 그래서 영적인 기가 통하지 않는다.

하나님과 생명 있는 교통이 되지 못한다. 그러면 영적인 생명이 죽어버린다.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가사상태까지 빠진다. 맥이 빠지고 넋이 빠진 영혼이 되어버리고 만다. 영혼이 신음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죄로 막히면 사람과의 관계가 막히게 되고, 사람과의 관계가 막히게 되면 기도가 안 되고 예배도 안 된다. 영적으로 기가 막혀서 통하지 않는 상태다.

치료는 간단하다. 그 막힌 부분을 뚫어주어야 된다. ‘통(通) 즉 불통(不痛)’이라 했다. 한방의 그 원리는 영적으로도 통한다. 막힌 데가 뚫리면 통증이 없어진다. 아픔이 사라진다. 회복이 된다. 영적인 경락은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다. 그건 땅에서 하늘까지 통하는 길이다. 하나님의 나라에까지 연결되어 있는 통로, 영적 경락이다. 그 경락을 뚫어야 한다. 막힌 경락, 막혀서 폐쇄되어버린 경락을 뚫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죄를 회개하고 영을 회복시켜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다른 모든 관계는 저절로 회복된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막힘이 없어야 사람과의 관계도 원활하고 자신의 몸도 건강해지는, 그런 유기적인 존재인 것을 임상을 하면 할수록 더욱 확인하게 된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