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울리는 블랙컨슈머] 한국소비자포럼 전재호 대표 “기업·고객 유쾌한 상생 이제는 화이트컨슈머다”
입력 2013-08-24 03:58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 한국소비자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전재호(47·사진) 대표는 대뜸 ‘매월 11일은 불평 없는 날입니다’라고 쓰인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음식을 사먹거나 물건을 구매할 때 먼저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괜찮습니다’, ‘미안합니다’, ‘훌륭합니다’라고 인사하자는 내용이다.
전 대표는 “기업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화이트컨슈머’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화이트컨슈머는 기업과 ‘상생’하는 마음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정직’하게 행사하고 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전 대표가 정직하고 현명한 소비자의 중요성을 체감한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해 정부로부터 수출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던 한 중소 녹즙기업체가 즙을 내는 칼날에서 쇳가루가 나온다는 소비자단체의 끈질긴 공격에 못 이겨 결국 문을 닫은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기회를 박탈당했고, 기업에서 일하던 임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며 “어떻게 하면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윈윈(win-win)하며 상생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고민의 결과물은 2002년 한국소비자포럼 설립으로 구체화됐다. 포럼의 슬로건은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세상’으로 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화이트컨슈머조직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소비자 운동을 시작했다. 포럼 측은 화이트컨슈머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이 1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내가 지불하는 돈이 기업을 심판하는 투표용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정치 지도자를 뽑거나 낙선시킬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도 구매 여부로 문제 있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인터넷에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회사를 찾아가 항의하는 행위는 불만 해소는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기업과 소비자는 국가경제 발전을 이끄는 양 날개”라면서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상생하고 협력해 서로의 가치를 극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