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연루 의혹…檢, 박영준 전 차관 내주 소환

입력 2013-08-22 22:40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꼽혔던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원전비리와 관련해 다음주 초 검찰에 전격 소환된다. 따라서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지난 정권의 권력 실세와 정치인들로 확대되며 비리의 ‘몸통’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박 전 차관을 조사할 필요가 있어 법무부에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차관의 부산구치소 이감을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박 전 차관이 이감되면 다음주 초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은 현재 수사 대상자”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참고인 신분이 될 수도 있고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날 박 전 차관의 측근이자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51)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구속된 ‘영포라인’ 원전 브로커 오희택(55·구속)씨로부터 3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오씨는 검찰에서 한국정수공업 이모(75·구속기소) 대표에게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수처리 설비 수주를 위해 로비해야 한다”며 13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로비 대상으로 박 전 차관을 지목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상대로 이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 한국정수공업의 원전 설비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브로커 오씨와 이씨가 ‘영포라인’ ‘선진국민연대’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박 전 차관을 통해 한국정수공업이 UAE 원전 수출 계약이 성사되도록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 5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 등의 인사들을 일컫는다. 선진국민연대는 박 전 차관 등을 중심으로 2007년 대선 때 영향력을 행사했다.

박 전 차관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원전수출 등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UAE 원전 수처리 설비 공사가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박 전 차관보다 윗선에 대한 수사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수공업은 박 전 차관의 로비 등을 바탕으로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 동력 육성펀드 1호로 지정돼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위탁 운용한 펀드 1600억원의 40%인 642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한국정수공업은 2010년 9월과 12월 오씨가 차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N사를 통해 오씨에게 로비자금 13억원을 건넸고, 2011년 9월 UAE 원전에 965억원 상당의 설비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