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소신 발언’ 권은희를 어쩌나… 징계 고민, 시민들은 격려

입력 2013-08-23 05:02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경찰 윗선이 수사를 은폐·축소했다’는 소신 발언을 한 권은희(사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시민들의 응원 선물이 쏟아지고 있다.

청문회가 열린 19일부터 22일까지 권 과장 사무실에는 전국 각지에서 화분 10여개가 배달됐다. 화분에 걸린 띠에는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등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청문회 당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광주 경찰이냐’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의식한 듯 ‘부산 시민’이라고 적힌 리본을 두른 꽃다발도 배달됐다. 청문회 당시 권 과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스탠드형 선풍기를 보낸 시민도 있었다.

21일 오후 4시쯤 치킨 15마리가 배달됐다. 배달원은 “한 중년 여성이 가게에 들러 송파서 수사과장 앞으로 배달해 달라며 돈을 내고 갔다”고 전했다.

수도권 고등학교 2·3학년 학생과 졸업생 등 7명은 권 과장 사무실을 방문해 ‘진실과 정의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응원 메시지가 적힌 4절지와 빵 100여개를 전달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학생도 있었다.

청문회 당시 권 과장의 소신 발언을 모은 동영상도 유튜브 등에서 화제다. 이 영상은 22일 현재 조회수 26만건을 넘어섰고 댓글 1300여개가 달렸다. 송파서 홈페이지에는 ‘권은희 과장이 진정한 의미의 경찰입니다’ 등 격려글 400여개가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권은희 과장 응원하기’ 운동을 제안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경찰 지휘부에서는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찰은 권 과장이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나에게 격려전화를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대선 사흘 전 밤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었다’고 발언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권 과장에 대한 인사 조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전 청장이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권 과장이 객관적 사실이 아닌 사견을 얘기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며 “일단 재판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