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연루 의혹… 檢, 박영준 내주 소환
입력 2013-08-22 18:48 수정 2013-08-23 00:58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꼽혔던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원전비리와 관련해 다음주 초 검찰에 전격 소환된다.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지난 정권의 권력형 비리의 ‘몸통’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22일 “박 전 차관을 조사할 필요가 있어 법무부에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차관의 부산구치소 이감을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르면 26일로 예정된 소환조사를 위한 검찰의 조치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은 현재 수사 대상자”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참고인 신분이 될 수도 있고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날 박 전 차관의 측근이자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51)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씨가 ‘영포라인’ 원전 브로커 오희택(55·구속)씨로부터 3억원을 받았고, 이 돈의 상당액이 박 전 차관에게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오씨는 검찰에서 한국정수공업 이모(75·구속기소) 대표에게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수처리 설비 수주를 위해 로비해야 한다”며 13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로비 대상으로 박 전 차관을 지목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상대로 이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 한국정수공업의 원전 설비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브로커 오씨와 이씨가 ‘영포라인’ ‘선진국민연대’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박 전 차관을 통해 한국정수공업이 UAE 원전 수출 계약이 성사되도록 로비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 5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 등의 인사들을 일컫는다. 선진국민연대는 박 전 차관 등을 중심으로 2007년 대선 때 영향력을 행사했다.
박 전 차관은 ‘영포라인’에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77) 전 국회 부의장 보좌관 출신이어서 전 정부에서 ‘왕차관’으로 불릴 정도로 실세 중의 실세였다. 따라서 박 전 차관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원전수출 등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이 전 의원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UAE 원전 수처리 설비 공사가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박 전 차관보다 윗선에 대한 수사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수공업은 박 전 차관의 로비 등을 바탕으로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 동력 육성펀드 1호로 지정돼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위탁 운용한 펀드 1600억원의 40%인 642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