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심화교육 길 열려 회생 기대감” - 자사고 “교육수요 역행한 하향 평준화”
입력 2013-08-22 18:47
최근 쏟아지는 고교정책… 현장 반응
이명박정부 때 추진됐던 ‘고교다양화’ 정책이 철회되면서 교육 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교육부가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공립고-일반고 서열화 구조를 깨고 특목고-일반고 형태로 단순화를 꾀하고 있어 공교육 영역은 물론 사교육 시장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쟁점은 이런 정책 방향이 대다수 학생을 위한 ‘일반고 살리기’로 갈지, 교육 수요에 역행하는 하향 평준화로 귀결될지 여부다.
22일 현재 논쟁이 가장 뜨거운 사안은 자사고·자공고의 선발권이다. 교육부 방안대로라면 평준화 지역 자사고 39개교는 2015학년도부터 ‘선지원 후추첨’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 서울 지역 자사고의 경우 중학교 내신 상위 50% 학생만 가려 받았다. 또한 일반고에 앞서 우선선발권을 가지고 있었던 자공고도 2018년까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처지다. 교육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의 골자다.
자사고들은 이 정책을 명백한 하향 평준화로 규정한다. 중학교 교실에는 다양한 욕구를 가진 학생이 존재한다. 조기에 적성을 발견해 특성화고로 가려는 학생,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학생,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 등이다. 이들 중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을 위한 학교가 자사고였다는 것이다. 추첨 방식으로 변경되면 이런 교육 수요를 무시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자사고 학생들이 일반고로 흩어질 경우 각 학급별로 공부하려는 학생이 2∼3명 늘어나는 것일 뿐인데 학습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또한 자사고가 부자들만을 위한 학교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추첨 방식으로 바뀌면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도 폐지된다. 따라서 일반고보다 3배 많은 학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유층 자제들이 모이는 학교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백성호 한가람고 교장은 “우리 학교에만 저소득층 사배자가 100명 정도다. 이들이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우리 교사들의 가장 큰 보람이고 자부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 선발권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다른 일반고 지원 대책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면서 “지금은 반발하는 측 목소리가 주로 나오고 있지만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교육부 정책) 찬성 측 목소리가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상당수 일반고는 자사고·자공고가 무력화돼 숨통이 트였다는 입장을 보인다. 여기에 우수학생을 추려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영어·수학을 심화 교육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점프업’ 정책과 맞물리면 효과가 있다는 시각이다. 일반고 내에서 특목고나 자사고 수준의 수월성 교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공립고 교장은 “교사들이 제게 ‘이제 한번 해볼 만하다’고 자주 얘기한다. 애초 출발점이 다른데 특목고나 자사고와 비교되면서 교사들 사기가 많이 꺾였는데 희망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고가 주장하는 대로 학생 2∼3명이 늘어난다고 학교 분위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의 경우 자치구별로 자사고나 자공고가 1개 꼴로 있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면서 “공부하려는 학생이 학급별로 2∼3명 늘어난다면 교사들의 노력에 따라 분위기는 얼마든 바뀐다”고 일축했다. 또한 자사고가 결원이 생겼을 때 학기 중에 일반고에서 우수학생을 데려가는 불합리한 행태도 차단될 것으로 환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