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세입전망치 하향 안팎] “아니면 말고式 세수전망 그만 둬야”

입력 2013-08-22 18:33 수정 2013-08-23 00:52


정부는 올해 4월 ‘고해성사’를 했다. 불과 6개월 전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세입을 과다 계상했다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12조원 규모의 세입감경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 정부는 올해뿐 아니라 매년 고해성사를 해야 했다. 예산안과 함께 발표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세수 부풀리기’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중기재정운용계획은 5년간의 거시경제 전망에 기초해 재정 목표를 설정, 긴 안목으로 국가 재정을 운용하자는 취지에서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아니면 말고’식 장밋빛 세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2004년 첫해를 제외하고 2005년 이후 단 한번도 실제 세 수입액이 중기재정운용계획 세수 전망치를 넘어선 적이 없다.

특히 이명박정부는 ‘도(度)’가 지나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2014년 균형재정 달성을 염두에 두고 2014년 국세수입을 전년 대비 10.4% 급증한 238조9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당시 과거 4년간 연평균 세수증가율이 5.3%에 불과했음에도 2012~2016년 연평균 세수증가율을 8.0%로 잡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2일 “중기재정운용계획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함몰돼 운영돼 왔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나몰라라 식으로 3~4년 뒤 전망을 장밋빛으로 포장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지난해엔 정치적 수치가 많이 끼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새 정부 내에서는 복지 확충 등 중장기적인 국정과제 이행이 많은 만큼 예전과 같은 ‘아니면 말고’ 식 세수 부풀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는 2014년 이후 3년간 국세탄성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아 성장률에 비해 부풀려진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 상의 세수 전망치를 2013~2017년 계획에서 수정할 방침이다.

다만 공약가계부 상 늘어난 재원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135조원의 공약가계부 소요 재원 중 향후 5년간 48조원을 세수증가분으로 채워야 한다.

기재부 또 다른 관계자는 “48조원의 세입확충 방안은 이미 공약가계부 발표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밝혔다”며 “이번 2013~201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48조원의 세수 전망은 중기 세수 전망과 별도로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수 부풀리기의 논리적 토대가 되고 있는 성장률 전망치도 잠재성장률 하락과 디플레이션 현상을 감안해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평균 경제성장률을 4%, 물가상승률을 2.6%로 해서 6.6%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1%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목표치를 좀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세수 전망치는 자연스럽게 낮춰질 수 있다.

심혜정 국회 예산정책처 세수추계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호황의 영향으로 성장이 지속되면서 세수가 늘었지만 현재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먼저 지출 계획을 짜고 세수 전망이 이를 받쳐주는 관행에서 벗어나 예산 기본 원칙인 양입제출(量入制出·수입범위 내 지출)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