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신흥국 경제 비상] 美 ‘출구’ 임박에 출구 못찾는 신흥국
입력 2013-08-22 18:34 수정 2013-08-22 14:33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 공개로 양적완화(QE) 조치에 대한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국내 증시도 사흘 연속 급락했고 환율은 하루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양적완화 축소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엔 신흥국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터키는 21일(현지시간) 리라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하루짜리 대출금리를 7.25%에서 7.75%로 올렸음에도 장중 한때 달러 대비 리라 환율이 사상 최고치인 1.9745리라를 기록했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시장 안정을 위해 800억 루피(1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율이 상승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남아공 필리핀 등지에서 22일 일제히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현상이 나타났다. 필리핀의 경우 주가지수가 장중 6%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또 일본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0.44% 하락한 1만3365.17을 기록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전날보다 0.23%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주저앉았다. 전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만5000선이 무너진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금융시장이 별다른 대책 없이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만 의존해온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뉴욕에서 BNP파리바 전략분석가로 일하는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는 블룸버그에 “출구전략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된 뒤에도 신흥시장은 연준 정책에 여전히 민감한 상태일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18.34포인트(0.98%) 떨어진 1849.12로 거래를 마쳐 1850선이 붕괴됐다. 소규모 위험 기업이 많은 코스닥지수는 더 큰 충격을 받아 전날보다 12.90포인트(2.43%) 하락한 517.64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인도·인도네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불거진 지난 20일 이후 코스피는 68.52포인트(3.57%), 코스닥은 32.85포인트(5.96%)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오른 달러당 1123.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하루 만에 원화가 평가절하됐다. 미국의 출구전략 불안감에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는 등 우리 금융시장은 이날 트리플 하락(주가, 원화가치, 채권값 하락)의 불안장세를 보였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다음달 미국의 제조업 및 고용지수가 나오고 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언급이 분명해질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진영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