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도 시리아도 무기력 대응… 미국은 종이호랑이?
입력 2013-08-22 18:25 수정 2013-08-22 22:07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던 미국이 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로 민간인을 공격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개입보다는 사태를 지켜보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시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시리아 정부를 강도 높게 꼬집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원론적 비판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시리아 정부가 압박을 느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정말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에 대해 긴급히 정보 수집에 나섰다고 했지만 이 역시 기본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며 뒤로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이집트 유혈사태 때 일관성 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미국이 또 다른 중동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신중론을 펴는 것은 중동에 새롭게 군대를 투입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해 ‘금지선’을 넘어선다면 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 발언은 군사적 개입까지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마틴 뎀프시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 19일 한 하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시리아 정부의 공군을 직접 공격하면 전면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내전 개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금지선을 어겼지만 아무런 결과도 떠안지 않았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꼬집었다.
한편 다마스쿠스에 파견된 유엔 화학무기 조사단이 이번 사태 현장 조사를 두고 시리아 정부와 협상하고 있다고 DPA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외교관은 “조사단이 다마스쿠스 외곽 구타에 가겠다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접근하기엔 위험한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조사단의 현장 조사를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