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혐의 부인… 재판과정 웨이보로 문자중계

입력 2013-08-22 18:25 수정 2013-08-22 22:06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가 22일 시작된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 향후 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대혁명 이후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불리는 이날 재판은 오전 8시43분(현지시간)부터 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5호 법정에서 열렸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열띤 공방은 지난중급법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돼 네티즌의 관심도 과거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물론 중국 지도부로서도 이번 재판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놓고 상당히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양회 이후 1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보시라이는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으로 다소 핼쑥해 보였다. 법정 증언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구카이라이는 이날 출석하지 않고 서면증언으로 대신했다. 보시라이에 대한 심리는 23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열띤 법정 공방, 무얼 노렸나=보시라이는 첫날 진행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심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다롄스더그룹 회장 쉬밍(徐明)으로부터 2068만 위안(약 37억8000만원), 다롄국제발전유한공사 총경리 탕샤오린(唐肖林)으로부터 111만 위안(약 2억300만원)을 각각 받았다는 공소장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쉬밍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부분과 관련해 “그가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학업상 도움을 줬다는 걸 나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니스에 있는 별장도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그러한 사실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쉬밍 회장은 증언을 통해 “2000년 다롄완다 축구팀을 인수했을 때를 포함해 사업상 여러 번 피고인의 도움을 받았다”며 “2000년 구카이라이가 프랑스 니스 별장을 구입할 때 323만 달러를 제공하는 등 금품을 줬다”고 밝혔다.

보시라이는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형을 감경받기보다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함으로써 자신을 정치 투쟁의 희생으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판 의미와 향후 일정=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은 첫날 열띤 법정 공방을 거치면서 당황하는 표정이다. 법원 측은 당초 투명성을 앞세우면서 각본대로 재판을 진행하려던 구상이었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혐의를 전면 부인함으로써 재판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정상참작 여지도 없어져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뇌물 6460만 위안(약 119억원)을 챙긴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이 최근 사형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보시라이는 이보다 수위가 낮은 15년 안팎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심리가 끝나면 1주일 내지 열흘 뒤 선고공판이 있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 또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엄한 호송 작전, 몰려든 좌파 세력=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법원 주변 한 블록 전체에 3중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삼엄한 경비에 나섰다. 보시라이 호송 차량의 이동경로 곳곳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일반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오전 8시 무렵부터 시차를 두고 버스와 승합차, 경찰 호송차 등이 법원 정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장 취재에 나선 250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은 통제선 밖에서만 사진 촬영이 허용됐다. 법원 주변에서는 보시라이 지지파와 반대파들의 시위 등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