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서울시 공무원 국보법 위반 무죄 선고

입력 2013-08-22 18:17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33)씨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2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 정착지원금 부정수령 및 여권부정발급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여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유씨의 간첩행위를 뒷받침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인 유씨 여동생(26)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여동생은 지난해 말 입국해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에 머무르며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진술했으나 재판에서는 “국정원 직원의 폭행과 회유·협박 등에 못 이겨 허위진술을 했다”고 번복했다. 국정원 직원이 ‘유씨의 범죄사실에 대해 진술하면 둘 모두 한국에서 무사히 정착하도록 해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오히려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동생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재판부는 합신센터에서 조사받을 때 수사기관인 국정원이 사실상 피의자의 지위에 있던 여동생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동생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인 증거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여동생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같이 유씨가 지난해 1월 설 연휴 동안 밀입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지난해 1월 22∼23일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여동생 진술에 합리성·일관성이 없는 부분도 있어 신빙성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앞서 징역 7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씨를 변호한 민변은 “국정원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유씨는 북한 국적의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입국,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고 여동생을 통해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