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담배 팔아먹기… 세계 2위 BAT·日 JT 등 현지에 공장설립 나서

입력 2013-08-22 18:11

미얀마 양곤에서 살고 있는 킨 조(37·여)씨는 집은 물론 시장 등지에서 항상 담배를 피운다. 열 살 때부터 담배를 피운 틴 마웅(69)씨 역시 2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웠다. 우연히 보게 된 잡지에서 흡연이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그는 담배를 끊었다.

개혁·개방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미얀마에서 흡연자를 잡기 위해 세계적인 담배회사가 조용하면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오랜 고립으로 외국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 건강권 희생이라는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세계 2위의 담배 제조업체인 BAT는 지난달 양곤 근처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 설립에 나섰다. 4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대형 투자였지만 초청자는 정부 관리 몇 명이 다였다.

마일드세븐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담배산업(JT)도 1년 전 미얀마 최대 재벌인 쪼 윈과 합작으로 공장 건설을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중국 최대의 담배 제조사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렇듯 담배회사가 대대적으로 진출하면서도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미얀마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 최근 가입했으나 담배 관련 규제가 비교적 적다.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낮고 마케팅 규제 역시 적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6000만명의 미얀마는 흡연자 비율이 높아 담배회사에는 새로운 황금 시장인 셈이다.

실제로 미얀마에서 청소년에게 담배 판매는 불법이지만 어디서나 쉽게 청소년들이 담배를 사서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담배회사는 담배포장에 미화 5달러나 10달러 지폐를 넣어 ‘행운의 담배’라며 팔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국적 담배회사까지 진출 의사를 밝히자 보건부와 시민단체는 국민 건강권 포기라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아쉬운 미얀마 투자위원회(MIC)는 결국 공장 설립을 허가했다. 투자위원회 관계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지만 투자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독재정권을 묵인했다는 오명으로 10년 전 미얀마에서 철수했던 BAT는 홈페이지에 “미얀마로 다시 돌아가게 돼 흥분된다”며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