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보험사, 고객 ‘나쁜 상품’으로 갈아태우다 덜미

입력 2013-08-22 18:07


회사에 불리한 보험계약은 일방적으로 소멸시키고, 유리한 보험으로 임의로 가입을 유도한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금융감독원은 흥국·알리안츠·KDB생명보험의 보험계약 비교안내 전산시스템 운영이 부적정해 각각 4억200만원, 2600만원, 7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흥국생명은 임원 1명이 주의를, 직원 14명이 견책·주의 등을 받았다. 알리안츠생명과 KDB생명도 각각 임직원 17명, 5명이 제재됐다.

이들 보험사는 신·구 보험계약의 차이점을 제대로 보험계약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보험사에 불리한 계약을 대거 소멸시켰다.

보험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기존보험계약이 소멸된 날부터 6개월 이내 새 보험을 계약하면 보험모집인이 기존보험과 새 보험의 중요 사항을 비교 안내해야 한다. 보험 계약자는 이전의 계약과 새 계약의 보험료·보험기간·주요보장내용·보험목적·보험회사의 면책사유 및 면책사항 등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는 두 계약을 비교할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에서 비교안내문이 출력되지 않도록 한 채 불리한 계약을 없애버렸다. 예를 들면 연 5%의 수익을 보장하던 저축성 보험을 연 2% 수익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유도하면서 이를 비교할 수 없게 하는 식이다.

가장 많은 과태료 처분을 받은 흥국생명은 2011년 1월 24일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이뤄진 1961건(수입보험료 42억2100만원)에 대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중요사항을 비교안내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심지어 고객의 보험을 제멋대로 해지하기도 했다. 2009년 3월 14일부터 지난해 9월 14일까지 계약한 보험 중 총 16건에 대해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해 총 4700만원을 면책 처리했다.

알리안츠생명은 기존 보험계약과 새 보험계약의 비교안내문을 출력할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운영했다. 이런 방식으로 2011년 1월 24일부터 지난해 3월 14일까지 122건(수입보험료 1억8900만원)에 대해 비교안내를 하지 않아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없앴다.

알리안츠생명은 2006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파워덱스’ 상품을 판매하면서 안내자료에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내용만 골라 넣기도 했다.

KDB생명은 2011년 1월 24일부터 지난해 5월 31일까지 전화로 모집한 계약 중 비교 안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서 고객이 신·구 보험을 비교할 수 없도록 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