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은 기회” 美, 공장 유치 로비전
입력 2013-08-22 18:03 수정 2013-08-22 22:14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현대·기아차 신규 공장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앨라배마주 주도인 몽고메리에 현대차 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09년에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기아차 공장을 세웠으나 국내 파업 사태로 북미지역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지역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21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정부가 현대차 제3공장 유치를 위해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조지아 주지사가 최근 한국을 비밀리에 방문한 것도 앨라배마주와의 로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는 21일 서울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딜 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 내 현대·기아차 공장의 노사 안정과 미국 물량공급 부족 등을 설명하며 미국공장 증설론과 증설 시 지원책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 주지사는 지난해 말 특별성명을 통해서도 “기아차 공장 때문에 조지아주에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력은 1만개 일자리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 파업까지 겹치면서 공장 유치 로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응해 제3공장 유치를 향한 앨라배마주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로버트 벤틀리 주지사가 10월 방한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앨라배마 주정부는 조지아주와 마찬가지로 현대차의 북미공장 증설이 앞으로 1년 안에 성사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자동차 업계의 한 소식통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지 정치권은 현대차 파업을 북미공장 증설과 주지사 연임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이후 중단됐던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22일 재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곧바로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주간 1·2조가 23일과 26일에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27일에는 파업을 하지 않고 사측과 본교섭을 다시 열기로 했다.
주간 1조는 오전 11시30분부터 파업 후 퇴근하고, 2조는 오후 8시10분부터 파업할 예정이다. 잔업과 주말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20일과 21일에 2시간씩 부분파업을 했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김찬희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