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가스까지 등장한 시리아, 국제사회는 뭐하나
입력 2013-08-22 17:47
2년 반을 넘어선 시리아 내전이 10만여명의 사망자를 내고도 그칠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교외 구타 지역을 화학무기로 공격해 어린이들을 비롯해 1300여명을 죽이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무관심과 방관으로 똘똘 뭉친 국제사회의 소극적인 자세가 불러온 치명적인 재앙이다.
국제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의 느린 대응이 일차적으로 비난받겠지만 시리아 정부 편에 서서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은 러시아와 중국도 대국으로서 제 역할을 방기했다. 평화를 외치는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발이 묶여 수수방관하는 자세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국제사회의 일상사라고는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아무 죄 없는 어린이들이 사린가스에 중독돼 피도 흘리지 않고 잠자듯 숨진 광경을 보고도 느낀 바가 없단 말인가.
시리아는 주변국과 얽힌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가 지금까지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시리아에 대한 유엔 결의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번 정부군의 가스 공격도 내전 중 화학무기가 사용됐는지 유엔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을 보면 시리아는 이미 통제 불능에 빠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참사 직후 국제사회는 일제히 시리아 정부를 강력 비난하며 종전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유엔 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촉구했고, 아랍연맹과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조사단의 현장 접근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이 서방의 군사개입을 불러 일으켜 내전의 향방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말이다.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해 시각장애나 호흡곤란 등을 일으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반인륜적인 화학무기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국제적으로 금지됐지만 1,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은 경쟁적으로 개발했다. 그러다가 인류애에 기초한 국제사회의 각성으로 1997년에야 화학무기금지협약이 발효됐다. 시리아와 북한 등 일부 국가는 여기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시리아 내전은 장기간에 걸친 독재에 지친 시민들의 반발로 시작됐지만 종교적인 문제까지 뒤섞여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그렇지만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는 힘을 모아야 한다. 무고한 생명을 살상하는 만행을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것이 국제평화는 물론 길게는 자기나라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