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마가의 항변
입력 2013-08-22 17:16 수정 2013-08-22 19:29
마가복음 1장 1∼8절
복음서마다 특성이 있다. 그중 마가복음은 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기록된 문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된 지 40년 뒤에 기록됐다. 그런데 초반부가 심상치 않다. 1절을 보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어서 2∼3절엔 이사야서를 인용해 예수가 바로 유대인들이 고대하던 그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가는 왜 이렇게 초반부에 강한 어조로 죽은 예수를 로마 압제에 신음하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회상시켜내고 있을까. 아무런 잘못이 없는 예수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정치범의 사형 집행 방식인 십자가형으로 죽인 당대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항변이자 후손들에게 예수의 존재에 대한 분명한 사실을 알리기 위한 단호한 선언이 아닐까.
‘너희들이 죽인 그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또한 너희들이 가장 존경하는 구약 예언자 중 한 사람인 이사야가 예언한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런 귀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잘못이 없는데도 죄를 뒤집어씌워 십자가형으로 죽였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잊혀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시대를 떠나 계속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사람도 많다. 예수님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것은 예수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을 통해 우리들에게 알려진 대목들을 보면 당대 종교 지도자들과는 많은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예수를 좋아하고 따랐다. 왜 그런가.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로 인해 자신의 기득권이 허물어졌고, 백성들은 예수로 인해 자유함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율법을 허물기 위해 살아가지 않았다. 다만 율법의 중심인 모세오경이 시간이 흐르면서 왜곡돼 바로잡으려 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의롭게 살아갔기에 죽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예수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이라 함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마가는 예수가 죽은 지 40년이란 시간이 흘러서야 자신이 경험한 예수에 대해 이렇게 귀한 자료를 우리들에게 선물로 전해주고 있다. 40년이란 시간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공포감에 떨었던 시간들, 예수를 부정하고 따르지 않고 싶어 도망간 세월들, 자신감을 회복해간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고뇌의 시간을 거친 후 이렇게 자신감 있게 예수에 대해 고백하는 담대한 모습을 본다. 예수를 고백하는 사람들이라면 마가의 이 항변을 통해 우리 시대 스스로가 뭘 해야 할지 깨달아야 한다.
다윗의 시로 설교를 마무리한다.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사는 자 누구오니이까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그의 혀로 남을 허물하지 아니하고 그의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웃을 비방하지 아니하며 그의 눈은 망령된 자를 멸시하며 그의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하지 아니하며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주지 아니하며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해하지 아니하는 자이니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시편 15편)
강기원 목사(지리산 갈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