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미명의 유행은 바가지 상품일뿐

입력 2013-08-22 17:19 수정 2013-08-22 19:07


유행의 시대 / 지그문트 바우만(오월의봄·1만3000원)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오늘날, 지구촌 고유의 민족 문화는 그 의미를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똑같은 영화를 보고, 똑같은 음악을 듣고, 똑같은 스마트폰으로 똑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대체 전 세계 모든 민족이 각자의 개성을 잃고 한 가지 문화만을 공유하다니 이게 무슨 조화속이란 말인가.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사상가 중 한 사람인 폴란드 출신의 지그문트 바우만은 지금 세계화 기치 아래 온 인류가 공유하는 똑같은 문화 콘텐츠는 초국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최대한의 이윤 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독점 공급하는 바가지 상품일 뿐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예컨대 ‘문화’란 원래 민중을 계몽시키는 수단이자 목표였지만 바우만은 유동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문화가 오히려 유혹의 수단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문화라는 이름의 유행을 매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오늘 유행한 것이 내일 달라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신상(新商)’이라는 이름으로 구입하지 않은가. 바우만은 오늘날의 문화가 영원히 충족되지 않을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만 상품을 진열하는 대형 백화점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윤태준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