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울면 안돼”… 속으로 우는 남자들
입력 2013-08-22 17:19 수정 2013-08-22 22:22
남자, 죽기로 결심하다 / 만프레드 볼퍼스도르프 外 / 시공사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안드레아스 비어만.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은 그는 베를린을 연고로 하는 헤르타BSC에 입단해 축구 스타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상을 당하면서 그의 삶은 달라지게 됐다. 축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비어만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됐다. 문제는 그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어만의 속은 날로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그는 한 남성 앵커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세상에 자신의 ‘상태’를 공개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비어만은 2009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상태를) 터놓고 싶다. 우울증이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비어만이 일반인이 아니라 축구만 생각하며 살아온 특수한 케이스여서 우울증에도 걸렸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남성 우울증의 실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2∼3배 높다는 점이 단적인 증거다.
그렇다면 왜 남성들은 우울증에 취약한 걸까. 근본적 원인은 강요되는 남성성에 있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남자는 누군가와 싸워 이겨야 한다’…. 남자답게 살 것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는 남성이 우울증으로 곪은 속내를 세상에 못 꺼내놓게 만든다.
“남성적인 기준을 더 강하게 지향하는 남성일수록 건강검진을 드물게 받으며, 그런 만큼 그들의 심적 건강도 좋지 않다. 마음이 괴로우면 과음을 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위험한 스포츠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고, 자살을 시도할 확률도 높다.”(32쪽)
독일 우울증센터협회 대변인이자 정신의학자인 만프레트 볼퍼스도르프와 독일 저널리스트 두 사람 등 3명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이들은 남성 우울증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독자들이 자가진단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아울러 규칙적인 운동이나 비슷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모임 등을 통한 우울증 극복 방법 등도 소개한다. 유영미 옮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