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불편한 진실’… 왜 병원에 가면 화가 날까
입력 2013-08-22 18:49
개념 의료/박재영/청년의사
주위를 둘러보면 저자의 말처럼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난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2시간을 기다리든 20분을 기다리든 ‘2분 이상 의사와 마주앉으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진료 시간은 짧다. 의사들은 자기들만 아는 용어로 쓴 차트를 보며 도통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설명이라고 늘어놓는다. 친절한 간호사? 입원한 환자들에게 간호사는 대부분 화난 표정에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처럼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 월급에서 빠져나간 건강보험료가 얼만데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하나. 궁금한 것 하나 제대로 묻지 못하고 돌아오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 병원 밥 맛 없어 못 먹겠다는 환자 불만에 가족들은 밖에서 밥을 사다 바쳐야 하고, 때로 간병인 구하는 것도 환자더러 하란다. 속 시원히 따지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생명줄 쥐고 있는 사람들한테 밉보일까 두려워 말도 제대로 못한다.
의사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런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포괄수가제니 행위별수가제니, 의료 민영화니 하는 의료 용어와 개념을 손쉽게 풀어주며 현실을 명쾌하게 진단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복잡하기 짝이 없고 팔수록 길을 잃기 쉬운 한국의 의료 현실을 이렇게 선명하고 친절하게 그려낸 책이 예전에 있었던가 싶을 정도”라고 평했다.
다만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워낙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바로 이거다 싶은 해법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의료계 전반을 이해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문제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