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꼬마들이 기다리는 ‘1년의 단 하루’

입력 2013-08-22 18:48


어른들에겐 무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는 날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생일은 최고의 날이다.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벌이는 ‘생일 파티’는 아이들이 접하는 첫 이벤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고, 축하 선물을 받으며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확인한다. 또 생일 파티에 누군가를 초대하고, 때론 초대받으며 관계 맺기를 터득한다.

국내에서 사랑받는 해외 유명 그림책 작가 두 사람이 생일 파티를 소재로 그림책을 펴냈다. 영국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어떡하지?’(웅진주니어)와 미국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범블아디의 생일파티’(시공주니어).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생일 파티를 대하는 아이들의 두려움과 설렘을 보여준다.

# 첫 도전을 앞둔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가

앤서니 브라운은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 그림책 작가다. 아이를 키우는 집엔 그가 그린 베스트셀러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가 최고야’ ‘기분을 말해봐!’ ‘돼지책’ 중 한두 권쯤 있을 듯하다.

이번 작품에선 친구의 생일 파티에 처음 초대받은 조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는 상황을 앞에 둔 아이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초대장을 잃어버린 조는 엄마와 함께 친구 집을 찾아 나섰지만 가는 내내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파티에 모르는 애가 있거나,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어떡할지, 또 싫어하는 음식만 있거나 이상한 놀이만 하는 건 아닐지 등등.

조와 엄마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는 다른 집의 풍경은 명화를 패러디한 것으로, 조의 두려운 마음이 그대로 투영됐다. 먹기 싫은 음식을 걱정하는 조 앞에 펼쳐진, 달팽이와 애벌레로 식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다과 장면을 연상시킨다. 피터 브뤼겔의 ‘아이들의 놀이’를 패러디한 장면에선 뱀을 풀어놓고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놀이가 한창이다.

작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늘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생일 파티에 가는 길을 통해 아이들의 첫 도전에 대한 격려이자 응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홍연미 옮김.

# 너도 이런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니? 시끌벅적한 첫 생일 파티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로 사랑받는 작가 모리스 샌닥. 해외에서 받는 평가나 인기에 비하면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작가다. 어린이의 삶과 심리를 아름답게만 묘사하는 기존 그림책의 관행을 거부함으로써 그림책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림책에 표현되는 것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험난한 세상에 어떻게 맞서서 극복해 나가는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그가 죽음을 앞둔 2011년, 30년 만에 완성한 유작 그림책이다. 주인공 돼지 ‘범블아디’는 여덟 살이 되도록 생일 파티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게걸스레 먹는 것에만 관심 있던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난 뒤 범블아디는 인자한 애덜라인 고모의 양아들이 된다. 그리고 드디어 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첫 생일 파티를 열기로 한다.

친구가 없던 범블아디가 고모가 일하러 나간 새 몰래 벌인 생일 파티는 정체 모를 이웃들의 가면무도회로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 온 듯한 괴짜 이웃들은 “900살까지 살아”라는 덕담을 건네며 생일을 축하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애덜라인 고모는 난장판이 된 집안에 놀라 호통을 치고, 범블아디는 두려움에 떨게 되는데…. 과연 범블아디는 10번째 생일파티도 할 수 있을까.

그림이 낯설고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럽게 그려진 그림을 통해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진짜 아이의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조동섭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